1979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1호점을 낸 롯데리아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불고기버거,라이스버거 등 '한국식' 햄버거를 앞세워 맥도날드,버거킹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의 공세 속에서도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불황 속에 저렴한 햄버거가 새삼 인기를 끌며 롯데리아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리아의 30년 1위의 비결은 뭘까.

맥도날드를 제친 노하우는 '스피드'

국내에 '셀프서비스'라는 개념을 처음 전파한 롯데리아는 현재 매장 수가 750개로 맥도날드(235개)의 3배가 넘고 햄버거 시장 점유율은 45%에 달한다.

1984년 버거킹,1988년 맥도날드가 국내에 진출했지만 롯데리아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맥도날드가 들어가 1위를 못한 시장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무엇보다 까다롭고 급변하는 국내 외식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한 점을 꼽는다.

미국식 메뉴인 햄버거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조한 '한국형 제품'에 관한 한 경쟁사들이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롯데리아의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는 1992년 첫선을 보인 이래 17년간 4억개를 팔았다.

맥도날드,버거킹도 이젠 유사메뉴를 내고 있다. 또 한우불고기버거,라이스버거 등 차별화된 한국식 메뉴를 앞세워 지난해 광우병 파동으로 햄버거가 외면받았던 시기에도 매출이 15% 늘었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를 넘어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즐기는 '퀵서비스 레스토랑'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외형 성장보다는 고급 원두커피,디저트 메뉴를 출시하고 24시간 서비스 등 매장 효율을 극대화했다.

또한 카페형 매장으로 리뉴얼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그래피티(벽면 낙서그림)와 LED 조명을 활용한 홍대점,원목으로 꾸민 시청점 등은 리뉴얼 후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한국형 패스트푸드로 이젠 해외로

롯데리아는 국내시장에서 맥도날드,버거킹 등을 제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외식시장의 포화를 예상,먼저 1998년 베트남에 진출했고 지난해 8월엔 중국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특히 베트남에선 50개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햄버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아직 맥도날드가 진출하지 못한 베트남 시장을 10년 앞서 선점한 것이다.

하지만 롯데리아도 한계는 있다. 외식 트렌드를 선도하는 강남구엔 매장이 단 한개도 없다. 맥도날드가 7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롯데리아 관계자는 "맥도날드와 달리 롯데리아는 80%가 가맹점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점주들이 매장 임대료가 강북지역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강남지역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브랜드 이미지 홍보 차원에서 대치동 부근에 직영 매장을 물색하고 있다.

한편 롯데리아는 30주년을 맞아 16일 노사 화합 선언식을 가졌다. 점포 운영에 노하우가 있는 임직원에게 일부 직영 점포 운영을 위탁한다는 방침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