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blue)은 모든 것(全)과 없는 것(無)의 표상이다. 파랑은 원(圓)처럼 시작과 끝이 없다. 파랑은 모든 차원을 하나로 아우른다. 파랑은 일치와 통합에 도움을 주고 소속감과 규율을 강화시킨다. 파랑은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이성과 합리성 및 신뢰의 상징이다.

''컬러 파워'의 저자 엘케 뮐러 메에스 박사가 전하는 파란색의 특성이다. 색(色)의 힘에 주목한 그에 따르면 색은 곧 에너지다. 색은 세상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과학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사람의 심리와 생리에 관여한다.

그는 무엇보다 색의 치유력에 주목했다. 모든 색은 각기 다른 파장으로 사람의 심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색이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주장은 어제 오늘에 나온 게 아니다. 그는 그러나 그같은 힘이 단순한 느낌이나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파랑만 해도 혈압과 호흡을 낮추고 맥박과 눈깜박거림을 늦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긴장을 풀어주고 신경을 안정시켜 불안감을 줄이는 한편 저항력을 높이고 추진력과 문제 대응력을 강화시킨다고도 한다. 실제 파란색 외양간에 사는 젖소는 다른 소보다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한다는 예도 곁들였다.

한 가지 남아있던 부정적 이미지는 우울함이었는데 최근 이런 통념조차 틀렸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서식스대에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파란색은 우울과 무관함은 물론 자신감과 행복감을 상승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무엇보다 집중력을 대폭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남성에겐 초록색,여성에겐 주황색과 보라색이 정신건강에 바람직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파란색은 남녀 모두에게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파란색의 이런 놀라운 힘 내지 효과는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이 파란 하늘을 보면서 진화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다.

국내의 경우 삼성 등 많은 기업이 파란색 로고를 채택하고 있거니와 한국경제신문 또한 CI 개편을 통해 파란색,특히 무한한 발전과 신뢰를 나타내는 인디고블루를 상징색으로 선정했다. 다같이 힘겨운 이 때 밝고 선명한 파란색이 많은 이들의 시름을 덜고 용기를 북돋웠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