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원들은 모두가 CEO"
임원 감축 등 본사조직 슬림화

"네이버 직원들은 KT를 전혀 경쟁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네이버 직원들은 모두가 주인인 반면 KT 직원들은 모두가 월급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석채 신임 KT 사장의 취임 일성은 따끔했다. 14일 임시 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이 사장은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조직과 의식,서비스를 모두 바꿀 것을 주문했다. 내부적으로 관료화된 조직을 확 바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대적인 변신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KT를 활력과 창의가 넘치는 성장 기업,KT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모셔가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KT의 미래상으로 'All New KT'를 제시하고 △주인의식 △혁신 △효율 등 세가지 원칙을 내놓았다.

이 사장이 네이버와의 비교를 통해 직원들의 자존심까지 자극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KT가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방증이다. KT는 8년째 매출 11조원대에서 맴돌며 성장동력이 약화돼있는 상태다. 주요 수익원인 시내전화 사업이 휴대폰과 인터넷전화에 밀려 추락하고 있지만 새로운 수익원으로 꼽고 있는 인터넷TV(IPTV),와이브로 등의 사업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사에서 주인의식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사장은 "위키피디아처럼 직원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면 이를 서로 보완하고 수정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를 주문했다. 조직,인사,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혁신도 강조했다. KT는 이 사장체제가 가동됨에 따라 조만간 자회사 KTF와의 합병에 나설 계획이다.

KT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기존 7부문 12실 14본부 4TFT 6소 1원 1센터였던 조직을 1센터 5부문 13실 13본부 3소 1원 3TFT로 개편했다. 본사 임원 수는 46명에서 39명으로 7명 줄었다. 기존 보직을 유지한 임원은 최두환 부사장(서비스 디자인 부문장)과 이길주 홍보실장 등 2명뿐이고 나머지는 보직이 모두 바뀌었다. 김연학 KTF 전무 등 KTF 임원 3명과 남규택 KTH 사장 등 계열사 임원 4명이 옮겨왔고,서종렬 SK텔레콤 상무가 미디어본부장으로 영입됐다. 윤리경영실장에는 검사 출신인 정성복씨가 내정됐다. 외곽 부서인 마케팅단,법인사업단,네트워크운용단의 인사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지만 73명(상무보 이상)인 임원 수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KT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조직에 책임과 권한을 대폭 이양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조직 슬림화로 본사 및 지역본부 스탭 인력의 절반인 3000여명을 현장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