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로 미량 함유‥"노화방지 등 효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과수농가와 나노 소재 벤처기업이 금(金)이 함유된 배(梨)를 국내 처음으로 생산했다.

별내 과수경영협의회 대표인 엄정의(69) 씨는 지난해 가을 자신이 운영하는 은지농원에서 금이 함유된 기능성 배 7.5㎏짜리 700상자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원곡서예문화상을 받았던 서예가 황성현(68) 씨는 시식 후 감탄해 '하늘이 내린 배꽃의 금과실'이라는 뜻으로 '천이화금과(天梨花金果)'라는 이름을 붙였다.

금배는 설을 앞두고 시내 일부 백화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며, 가격은 7.5㎏짜리 한 상자에 20만원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남양주 먹골배에 비해 10배 가량 비싸다.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인 성균관대 공동기기원에서 성분을 분석한 결과 배 1㎏당 0.05∼0.14㎎의 금이 검출됐다.

크기는 직경 15㎝ 가량인 특대 배와 비슷하지만 당도는 14.5brix로 일반 배(11∼12brix)에 비해 높아 맛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은 노화방지, 육체.두뇌활동, 소화기능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의학계에서 금으로 암과 피부결핵, 신경과민, 천식을 치료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배를 쪼개도 금을 볼 수는 없다.

엄 씨는 2006년 기능성 음료를 만들려는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나노 소재 전문업체인 ㈜에스엠나노텍의 제안을 받고 재배 계약을 맺은 뒤 10억원을 들여 3년간 연구한 끝에 개가를 올렸다.

에스엠나노텍 연구팀은 99.99%의 순금을 전기분해 등의 방법으로 2나노 이하 크기로 쪼개 특수 정제된 증류수에 녹인 뒤 나무뿌리에 살포하는 유기화 재배 방법을 개발해 적용했다.

이 업체는 당초 외국처럼 주사기 등을 이용해 금을 직접 투입하는 방법으로 음료 시장에 진출하려 했으나 식약청에 의뢰한 결과 국내에는 금 성분에 대한 기준치가 없어 상품화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유기화 재배를 선택했다.

엄 씨는 "친환경 저농약 인증을 받았고 특허 출원 중"이라며 "세계가 인정하는 기능성 과실을 생산하는 게 꿈으로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남석 남양주시 유통팀장은 "2011년 열릴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배뿐만 아니라 금 나노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k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