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 <성균관대 교수 신문방송학>

정보과잉시대 필요한 것은 '신뢰'

익명이 문제…본인확인제 보완을

매스미디어시대에 뉴스나 개인의견 표현은 일정한 틀(frame) 안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개인 미디어를 통한 1인 저널리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개인은 그 어느 때보다 표현의 자유를 듬뿍 누리고 있다. 매스미디어,즉 신문 방송 등이 뉴스를 공급하던 시대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 쉽게 확인될 수 있었다. 필요한 정부 통제와 본인확인도 간단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1인 미디어시대에는 다양한 미디어가 활동하면서 원하는 방향(사상)으로,원하는 뉴스(목적)를 무한정 보낼 수 있다. 문제는 익명으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인터넷상 개인의 표현이 사회적으로 물의가 되고,사고를 유발해도 이를 처벌하는 것은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의 표현이라 하더라도,불법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표현에 대해 기고자의 신념과 사상의 자유는 인정해야 하지만 불법적인 차원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시되는 방안이 본인확인제이다.

검찰의 '미네르바' 긴급체포 소식에 토론방에서는 '과연 미네르바가 맞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확인되지않은 설(說)의 유포는 인터넷 공간의 혼란만 부채질할 것이다. 최소한 예명,필명을 쓰더라도 커뮤니케이터의 확인은 돼야 한다. 최소한의 본인 확인제(identification verification), 즉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확대하면 익명성에 기반을 둔 인터넷의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동차에 실제 이름을 달지 않고 차식별 번호를 다는 것과 같다.

미네르바 체포 소식은 또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놓고도 공방을 야기한다. 국가가 나설 부분이 아니란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는 국익과 개인의 안전을 위해 유해정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지만 이에 걸맞은 새로운 문화는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의 법과 제도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새 제도가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이치와 같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그 때문에 실명제와 사이버모욕죄는 과도한 국가 통제의 산물로 '불가침의 영역'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역사발전과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이런 논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이버공간이 갈등의 장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운 표현의 공간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진화에 맞는 코드가 제공될 때 의미가 있다.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기능이 향상되도록 하는 법규가 필요하다. 선진국(미국,독일,영국)에서는 '공적 광장' 특성을 살려 표현의 자유에 관한 제한방법과 수단을 달리 적용한다.

인터넷은 미디어 생태환경에서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로서 정치참여,직접민주주의 등에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함께 존재한다. 규제를 통한 획일적인 여론이나 질서가 편리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역기능은 오래 남을 수도 있다. 또 반대의 경우인 오용과 남용은 사회적인 비용과 돌이킬 수 없는 질서의 파괴,시스템의 마비로 나타날 수 있다.

국제적인 차원의 금융위기에서 참여,공유,개방의 '경제극복 2.0'을 위해서는 안정되고 정제된 정보,공유되는 정보,개방된 정보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신뢰정보'인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표현의 자유 2.0'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보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익명을 기반으로 해서는 불가능하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미네르바'를 치면 2000개 이상의 글이 올라오는 '정보전염증후군'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