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의 올해 초 '입법전쟁'에 이어 지난 9일 소집된 임시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여야는 당초 1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상정에 노력한다'고 했지만 회기는 13일까지로 주말을 빼면 겨우 3일에 불과하다. 임시국회를 왜 소집했는지 모를 지경이다.

무엇보다 입법에 실패한 쟁점법안들을 놓고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2차 입법전쟁'을 벌일 채비부터 하고 있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은 출자총액제한 폐지,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개혁법,미디어 관계법,사회개혁법 등 쟁점법안의 당위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적극 나설 예정이고,민주당 또한 15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MB악법 폐기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논의를 거듭해온 법안들을 또다시 정치 쟁점화시켜 장외로 끌고 나가 여론몰이를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納得)하기 어렵다.

게다가 의원 수십명이 대거 해외시찰에 나설 예정이다. 그럴 듯한 명분들을 내세우고 있지만,입법전쟁을 치르면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다급한 법안처리는 모두 미룬 채 앞다퉈 해외로 나가는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경제는 급속도로 가라앉고만 있는데 국회가 경제살리기와는 거꾸로 가는 모습은 정말 한심하다. 한시가 급한 법안 처리에 실패한 것은 다수 의석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억지에 밀려 정국 주도권을 상실한 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는 아예 무시한 채 폭력으로 법안처리를 저지한 야당의 행태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고도 공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도 여야의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고,결국 2월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입법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경제살리기를 위한 입법이 기약할 수도 없는 불확실한 상태에 빠져들면서 위기극복에 심각한 차질(蹉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의 비상한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마당에 더 이상 정치권이 경제의 발목을 잡지 말고 경제살리기 법안 합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