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진화는 진보인가, 아니면 적응인가?
1858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지 200년이 지난 지금 진화론과 관련된 논쟁은 깊어만 가고 있다.

‘종의 기원’은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창조론을 부정하고 적자 생존의 법칙에 의해 진화되었다는 진화론을 펼침으로써 당시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또 세상 만물은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데아(idea) 개념도 완전히 무너뜨려 철학계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충격으로 인해 종의 기원이 출간된 후 과학은 신학으로부터 완전히 독립, 크게 발전하게 된다.

진화론은 한때 우생학으로 변질되어 나치의 인종 차별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으나 활발한 후속 연구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진화의 대상이 개별 단위의 개체인가, 종족 집단인가, 그렇지 않으면 개체 속의 유전자인가?

1976년 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의 주체를 개체도 집단도 아닌 유전자로 보았다.

1996년 스티브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는 진화는 진보가 아닌 다양한 적응일 뿐이라며 진화론은 현대 사회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적자생존,적자는 누구인가

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적자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이다.

그렇다면 살아남는 대상은 개체인가 아니면 집단인가라는 물음이 생긴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동물 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적자의 대상을 이기적 유전자로 해석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주체는 자신의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욕망을 가진 개체 속의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것이다.

동식물의 몸체는 유전자가 활동하고 대를 이을 수 있도록 해 주는 하나의 수단 내지는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킨스의 이러한 해석은 적자 생존의 주체를 개체로 볼 때 설명하기 힘든 이타적 현상을 설명하게 해 준다.

예를 들어 대학생이 지하철에서 술에 취해 철로로 넘어지는 행인을 생명을 무릅쓰고 살려내는 희생 정신을 우리는 개체 기준의 적자생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적자 생존의 대상을 개체로 볼 경우 이타적인 개체들은 살아남기 힘들어 결국 종족은 이기적인 개체로만 구성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이타적인 사람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은 종족을 보존시키려는 이기적 유전자가 개체의 몸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도킨스의 설명이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나오기 전에도 이러한 주장은 있었다.

1964년 영국의 윌리엄 해밀턴은 "개체들은 혈연관계에 있는 가까운 친척을 돕는다"는 이론을 폈고, 1971년 미국의 로버트 트라이버스는 혈연 관계가 없는 개체 사이의 협동 사례를 들어 상호 이타주의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작은 물고기들은 큰 물고기의 비늘에 붙어 있는 기생충을 뜯어먹고 살지만,큰 물고기는 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는다"는 공생하는 물고기의 사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개체가 아닌 유전자가 적자 생존의 대상이라는 점을 들어 진화론을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학자는 도킨스가 처음이다.

도킨스 이후 인간의 비합리성과 이타성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학계에서도 이타적 행동이나 비합리적 행동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 발전하고 있다.

⊙ 돌연변이는 과연 진화인가

다윈은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주장했으나 어떻게 진화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환경에 적응하는 종이 점차적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정도로 언급했다.

학자들은 이에 대해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 주목받은 이론은 이른바 돌연변이설이다.

존스 홉킨스대의 과학자 스티븐 스탠리는 진화는 다윈의 주장처럼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약하듯이 이루어진다며 돌연변이를 진화의 원자재라 칭하였다.

또 토마스 헌트 모건도 흰눈 초파리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진화의 원동력은 돌연변이라고 주장하였다.

물론 돌연변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반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돌연변이는 질병을 유발하는 부정적 돌연변이(Negative Mutation)와 긍정적 돌연변이(Positive Mutations)로 나뉘는데 부정적인 돌연변이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한국창조과학회의 자료를 예로 들면 무작위적으로 발생되는 돌연변이 중 유익한 것은 186가지인 반면 해로운 것은 무려 45만3732가지나 되므로 돌연변이가 진화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돌연변이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돌연변이 중인 중간 종들이 나와야 하는데 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돌연변이설을 비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연변이는 진화를 설명하는 설득력이 있는 주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5만년 마다 한 번씩 긍정적이고 유익한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발생한다는 거대 돌연변이설도 나오고 있다.

5만년 후에야 진실을 알수 있는 주장이다.

⊙ 진화하는 것인가, 적응하는 것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이슈 중 하나는 우사인 볼트의 100m 세계신기록(9초69)이었다.

이 기록은 1999년 모리스 그린이 9초80의 벽을 깬 지 10년 만에 경신된 것으로 일본 과학자들은 100m 인간 한계 기록이 9초50이라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하였다.

인간 탄환들의 기록 갱신은 진화론의 진화의 결과인가 아니면 단순한 환경 적응의 결과인가.

일반적으로 진화는 종의 차원을 넘어서는 변이를 뜻하고 적응은 종의 변이 없이 주어진 환경에 개체들이 순응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인간 탄환의 100m 기록 경신은 적응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개체는 끓임없이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한다.

그렇다면 진화도 적응처럼 진보해 나가는 것인가?

요즘은 진화가 바로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많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자신의 저서 <풀하우스>에서 진화가 진보를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적 편견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진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이론은 다윈의 시대는 물론 오늘 날에도 없음을 지적하며 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은 다양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진화론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에 의해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영표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인턴(한국외대 4년) ksix20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