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간은 ‘다윈의 자식’이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이 물음은 철학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의 하나이며 신학 역사학은 물론 생물학 의학 등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양의 오랜 역사는 18세기까지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인간이 조물주로부터 창조됐다는 창조론을 당연시했다.

창조론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모한 작업이었다.

수많은 학자들이 창조론에 의심을 품으면서도 다른 증거를 대지 못해 이를 인정해왔다.

적어도 다윈 이전까지 말이다.

종교와 신의 영역에 가려졌던 인간 탄생의 신비는 19세기 들어서야 비로소 과학의 주제로 옮겨지게 된다.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Charles Darwin · 1809~1882)이 제기한 진화론의 영향이었다.

그는 저서 '종의 기원(The origins of species)'에서 "새로운 개체(종)는 기존 개체의 변이를 통해 생겨난다"는 혁명적인 주장을 폈다.

그는 20년 동안 자신의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진화에 대한 어렴풋한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나갔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많은 사실을 수집했고 때로는 수년에 걸쳐 직접 실험을 해서 자료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완벽한 자료들은 창조론자들의 거친 반격을 잠재우는 데 충분했다.

신학에 끌려다니던 과학이 마침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영국 산업자본주의 발전을 반영한 것이며 경쟁에 의한 발전을 근간으로 하는 시장 경제의 이념을 생물계에 도입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면서 이를 정치나 사회에 성급하게 적용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의 획득 형질론과 자연 선택 이론은 프랜시스 골턴 등에 의해 우생학 이론으로 전개됐다.

교배를 통해 개나 말의 우량 형질을 만들어내듯이 인간도 개량에 의해 보다 나은 형질로 바꿀 수 있으며 초인간적인 인간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골턴은 꿈꾸었다.

골턴의 사상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 등에 악용돼 인종 분리나 유대인 학살과 핍박 등을 낳는 데 이용됐다.

또 사이비 학자들에 의해서 백인이 가장 진화된 종족이며 동양인이나 흑인은 덜 진화된, 다시 말해 원숭이와 백인의 중간 정도되는 종으로 견강부회되기도 했다.

올해는 다윈이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 종의 기원이 출판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200년 동안 생물학은 획기적으로 발전해왔다.

DNA가 발견되고 DNA에 녹아 있는 암호까지 완전히 해독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인간은 고도로 복잡한 기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에서부터 인간 그 자체를 복제하려는 시도까지 제기되고 있다.

생물학 이외에도 진화경제학 진화사회학 진화심리학 등 각 분야에서 진화론을 채용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