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첫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어제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열렸다. 국가위기상황실이 설치된 이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것은 그만큼 지금의 경제위기가 심각한 국면이고,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 모두가 그런 상황인식 아래 비상한 각오로 이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 활성화를 주제로 한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실물경제 침체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데 이어,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신용보증 비상조치'를 올 한햇동안 운영,신용보증기관의 보증 기준을 대폭 완화(緩和)하고 중기 대출 보증규모도 지난해 13조5000억원에서 올해 25조2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을 통해 올해 중기에 총 50조원의 신규자금을 공급하고 이중 60%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은행이 보증서를 담보로 한 대출을 거부할 경우 제재키로 했다.

지금 중기 대출 활성화를 통해 흑자도산을 막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고 보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은 대책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아무리 자금을 풀어도 중기에 돈이 돌지 않은 지는 오래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지난해 12월 '금융시장 동향'에서 중기 대출잔액이 3조8000억원이나 줄어든 것만 보아도 알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대책들이 기업 현장의 숨통을 터주는데 즉각적인 효력이 발휘되도록 구체적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도 어제 회의에서 강조했듯,'현장의 체감이 정확히 반영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즉시 실행되는 체제가 뒷받침되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고 부처간 합의가 급한 현안을 긴급 조정함으로써 위기 대응에 실기(失機)하지 않는데 주안점이 두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급한 현안 또한 산적해 있다. 당면 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은 물론이고,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생산과 수출 소비를 살리면서 심각한 고용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도 빨리 결정되어야 한다. 정책 집행 또한 현장에서 바로 체감하도록 속도전을 펼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