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러운 일을 겪는 게 ‘곤욕’

"선생님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 무척 곤욕스러웠습니다."

"근거 없는 루머가 나돌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곤혹을 치러야 했습니다."

'곤욕'과 '곤혹'은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도 어느 정도 겹치는 듯도 해 헷갈리기 쉬운 단어다.

예문에서 각각 보이는 곤혹과 곤욕도 물론 잘못 쓰였는데,'곤혹스러웠습니다' '곤욕을 치러야'로 해야 바르다.

'곤욕(困辱)'은 말 그대로 심한 모욕이다.

또는 그로 인한 참기 힘든 일을 나타낸다.

'곤욕을 치르다'가 대표적인 쓰임새이고 '곤욕을 겪다,곤욕을 당하다' 식으로도 많이 쓰인다.

하지만 '-하다'나 '-스럽다' 등을 붙여 동사나 형용사로 쓰지는 않는다.

'곤욕하다,곤욕스럽다' 같은 말은 없다는 뜻이다.

'욕봤다'란 말도 한 단어로 쓰이는데,이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다,몹시 고생스러운 일을 겪다'란 뜻이다.

경상도 방언으로 "욕봤데이"라고 하면 '수고했다,애썼다'라고 하는 말이다.

이에 비해 '곤혹(困惑)'은 '곤란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름'을 나타낸다.

'곤혹을 느끼다'처럼 쓴다.

이 말은 뒤에 접미사 '-하다'나 '-스럽다'가 붙어 곤혹하다,곤혹스럽다 같은 말을 파생시킨다.

가령 '예기치 못한 질문을 받아 곤혹했습니다'처럼 쓰인다.

하지만 대개는 '곤혹했다'보다는 '곤혹스럽다'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이 경우에도 '예기치 못한 질문을 받아 곤혹스러웠습니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반대로 이 말은 '곤혹을 치르다/겪다/당하다' 식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곤혹스러운 상태가 심해지면 그것이 곧 곤욕을 치르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곤욕과 곤혹을 구별해 쓰는 능력인데,우선 의미 기준으로 보면 곤욕은 '심한 모욕'이고 곤혹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이다.

두 말의 쓰임새 차이는 '곤욕을 치르다'와 '곤혹스럽다'로 각각 구별해 외워두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