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낼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부진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국내 자동차업계는 올해 사상 처음 하이브리드카 양산에 나서고 경제성이 높은 액화석유가스(LPG) 경차를 출시하는 등 판매 저변 넓히기에 나선다.

이들 친환경 · 고연비차의 출시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다. 작년 불황기에도 선전했던 대형차 판매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국산 하이브리드카

현대 · 기아자동차는 올해 처음으로 양산형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인다. 현대차는 7월 아반떼 LPI(액체상태 직분사) 하이브리드를,기아차는 10월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각각 출시한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50%가량 높은 게 특징이다. 표준연비가 ℓ당 17.4㎞인데,이를 같은 열당량(熱當量)의 휘발유로 환산하면 ℓ당 21.3㎞에 달한다.

국내 메이커들이 최고 경쟁력을 갖춘 LPG 기반 모델이어서 동남아 등으로 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가격은 2000만원 선으로,일반 모델보다 다소 비싸지만 130만원 안팎의 세금절감 효과가 장점이다.

하이브리드카 배터리에 대해 최소 10만㎞까지 무상보증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친환경 차량은 현대 · 기아차의 차세대 전략 차종이란 점에서,첫 LPI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형 신차

작년 고유가에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대형 승용차 판매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팔린 국산 대형차는 총 6만5157대.전년 대비 36.6%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쌍용차 체어맨W 등 신차 출시가 많았던 데다 구매층이 불황의 영향을 덜 받는 고소득층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봄부터 초대형 세단이 선보일 예정이어서 작년의 판매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차는 오는 3월부터 에쿠스 후속인 VI(프로젝트명)를 내놓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BMW 7시리즈 등과 지존 경쟁을 벌인다. 현대차는 수입 럭셔리 세단을 능가하는 성능과 스타일,편의성을 자신하고 있다.

차량 통합제어시스템(VSM2)과 위험상황 직전에 안전벨트를 잡아당겨 승객을 보호하는 '프리세이프 시트벨트'(PSB)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채택한 게 특징이다. 국내외 대부분의 고급 세단이 채택하고 있는 후륜구동 방식이다.

◆ 경차 LPG 모델

LPG 경차도 올해 처음 출시된다. 세제 혜택과 고연비로 무장한 경차가 값싼 LPG 연료를 사용,경제성에 날개를 달게 됐다. 먼저 기아차가 오는 3월 모닝을 개조한 LPG 경차를 내놓는다. 모닝이 작년 '대박' 모델이란 점에서 LPG 경차로 또 한번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GM대우자동차는 배기량 1000cc의 마티즈 후속모델을 개발 중이다. 작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비트'란 이름의 컨셉트카로 호평받은 모델이다.

깜찍한 디자인이 무기다. 전륜 구동의 3도어 해치백 스타일이다. GM대우는 같은 차량의 LPG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연료 효율성 면에서 하이브리드카에 못지않다.

◆도요타 캠리 진출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올 10월 국내에 진출한다.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와는 다른 독자적인 딜러망을 구축 중이다.

이미 서울 강남과 서초,경기 분당에서 활동할 공식 딜러로 디앤티모터스,더클래스효성,신라교역 등 3개 업체를 선정했다. 조만간 서울 용산과 부산지역 딜러 2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도요타가 올해 도입키로 한 차종은 베스트셀링 중형 세단 캠리와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4 등이다.

대형 세단인 아발론 하이브리드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요타의 진출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그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도요타는 일반 수입차뿐만 아니라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차량들과도 정면 승부를 펼칠 계획이다. 도요타 진출로 혼다 닛산 미쓰비시 등과 함께 일본차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UV 새 모델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은 작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연료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SUV가 외면을 받았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23.8% 급감했다.

올해에는 연료 효율을 개선한 SUV가 출시 대기 중이어서 SUV 판매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는 3월 쏘렌토 후속 XM(프로젝트명)을 내놓는다.

현대 · 기아차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친환경 디젤 R엔진을 탑재한다. 달라진 기아차 디자인을 얼마나 반영할지 관심이다.

쌍용차는 오는 9월 2000cc급 SUV인 C200을 선보인다. 작년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컨셉트카 형태로 처음 공개했다. 쌍용차 최초로 요즘 유행하는 모노코크(일체형) 차체를 사용했다.

세단에 주로 사용하는 차체여서 연료 효율성이 높고 승차감이 뛰어나다. 쌍용차 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모델이란 점에서 얼마나 팔릴지 관심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