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을 타면 제 심장이 뛰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겨울철 추운 날씨 탓에 모터사이클을 매일 못 타는게 너무 아쉽네요. "할리데이비슨코리아 경영지원팀 황두영씨(28 · 사진)는 요즘 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경기도 성남 집에서 서울 한남동 회사까지 왕복 3시간 거리를 매일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883R' 모터사이클로 출퇴근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회사를 다닌다. 날씨도 추워졌고 길도 얼어 모터사이클을 타기 힘들기 때문이다.

황씨는 "모터사이클을 매일 못 타서 그런지 요즘은 삶의 활력도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 하순이나 4월 초순부터 다시 모터사이클로 출퇴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2006년 가을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모터사이클을 타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영업상 필요성' 때문이었다.

"2006년 1월 할리데이비슨 입사 직후 의류영업팀에 배치돼 모터사이클 관련 의류를 판매했어요. 그런데 손님들 중에 '아가씨 모터사이클 탈 줄 알아요? 모터사이클도 못 타면서 이 옷들의 기능은 어떻게 알 수 있죠?'라며 면박을 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생각해 보니 손님들 지적이 맞더라고요. 오기가 발동해 배치된 지 한 달 후 모터사이클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타려면 배기량 125㏄ 초과 모터사이클을 몰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증'이 필요하다.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은 최소 배기량이 883㏄ 이상이기 때문이다.

황씨는 2006년 9월 면허증을 따자마자 지금 타고 다니는 모터사이클을 구입했다. 모터사이클 관련 의류를 팔면서 고객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으로 시작한 그녀는 지금은 모터사이클 광이 됐다. 봄과 가을에는 매일 모터사이클로 출퇴근하고,주말이면 매주 교외로 나간다. 황씨는 "바다가 보고 싶을 때는 집에서 새벽에 출발해 왕복 10~11시간을 달려 강원도 속초까지 갔다 오곤 한다"며 "겨울엔 왕복 3~4시간짜리 청평 코스가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동차와는 달리 주변이 오픈돼 있고 시선도 확 트여서 그런지,모터사이클은 탈 때마다 마음이 설레인다"고 덧붙였다.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다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 사고라고 얘기할 만한 것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시속 80㎞의 정속 주행을 지키며 운행하면 모터사이클도 매우 안전한 운송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모터사이클을 산 뒤 처음 6개월 동안 가족들에게 숨겼다고 했다. 모터사이클을 사고 싶다고 했더니 "남자도 위험한데 여자가 무슨 모터사이클을 타느냐"며 가족들이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집 근처 공영주차장에 모터사이클을 주차해 놓고 몰래 타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부모님도 모터사이클을 타는 그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황씨는 "모터사이클을 탄 뒤부터 생활이 건강해진 게 무엇보다 좋다"고 소개했다. 회사 생활이나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모터사이클을 통해서 바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씨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서 내 인생을 맘껏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나는 성공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소망을 묻자 "결혼한 이후에도 남편과 아이들이랑 온 가족이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당연히 그녀는 미래 남편감의 첫번째 조건으로 '모터사이클을 탈 수 있는 남자'를 들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