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가시지 않은 고통의 그림자… 태안 주민이 웃음 되찾는 새해가 되길
2007년 12월 7일,유조선 '허베이 스프리트호'는 1만 2547㎘의 원유를 서해안 최대의 청정지역인 태안 앞바다로 품어냈다.

순식간에 검게 변해버린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 소식은 전 국민을 놀라게 했고,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바다를 살리기 위해 하나 둘 태안으로 몰려들었다.

어린 꼬마에서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들까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국에서 모여든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일인 양 열심히 기름을 걷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그렇게 다녀간 태안 자원봉사자의 수는 이미 1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눈으로 보기에 태안 앞바다는 확실히 깨끗해졌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회복되어 보이는 태안 앞바다와는 달리 그곳에 사는 피해주민들은 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 채로 극도의 심리적 불안상태를 겪으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6.5%의 아동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불안 증세를 보인 아동은 16%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게 된 것은 피해주민들이 밤낮없이 방제작업에 매달리느라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바다 살리기에만 매달린 1년,사람들은 태안 앞바다를 뒤덮은 검은 기름은 보았지만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마음에 드리운 검은 절망은 보지 못한 채로 1년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낸 것이다.

그 사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바다를 생계로 살아가던 주민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참다못한 태안 피해주민들은 바다의 죽음 1주기 추모식을 거행하며,스스로 아픔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 많은 피해자들 앞에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있지만,가해자는 책임을 미루고 있는 아픈 현실 속에서 피해주민들은 또 다른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의 소중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최대의 청정지역인 태안 앞바다의 소중함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바다를 지키며,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던 주민들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무관심한 것 같다.

2009년 기축년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바다 살리기에 앞장섰던 그때처럼,태안 피해주민들의 아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 빨리 피해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되찾아 건강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조연경 생글기자(대전 둔산여고 2년) younk199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