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운영키로 한 데 이어 이 기구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비상경제상황실을 신설했다. 앞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가동될 이 상황실을 두고 청와대가 전시 작전상황실 개념의 '워룸'(War Room)이라고 지칭하고 있으니 새해부터 청와대가 나서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거듭 확인된 셈이다. 이제 관건(關鍵)은 비상경제상황실까지 만든 취지를 전 부처가 다시 한번 인식하고 이 각오를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청와대내 지하벙커에 굳이 사무실을 마련한 것이 과시용이 아니라면 무엇보다 '비상 시기'라는 상황인식부터 명확히 하고 시작하라는 말이다.

앞으로 상황실운영에서 우리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속성'과 '실행력'이다. 소관 경제부처들이 있는데도 청와대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한 취지도 실제 이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는데 정책당국은 끊임없이 좌고우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뜻 책임을 지려는 공직자도 없는 채로 시간만 흘려보낸 것이 작금의 공직사회 행태다.

지난해 시작해 해를 넘긴 건설과 조선업계의 구조조정만 해도 그렇다. 금융회사들로 구성된 대주단이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이 비상 시국에 금융감독 관련당국들은 대주단 활동에서 무슨 일을 했으며,얼마나 신속하게 상황에 대응해왔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대주단의 뒷선에서 한가한 자세로 상황정리를 하는 정도만으로는 산업 구조조정이 실기할 수밖에 없고,그 대가는 비용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위기상황에서는 신속한 결정으로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실행력이다. 정책으로 결정됐더라도 신속한 집행이 안될 경우 그 효과는 반감되기 십상이고 결국 비효율을 낳게 된다. 돈은 돈대로 들고 성과는 미흡한 결과를 초래(招來)한다면 이는 혈세낭비에 다름 아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간 철저한 협력과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비상경제상황실이 추구해야 할 덕목은 각 부처가 판단한 정책을 취사선택하고 실천에 옮기는 중추적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