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집값 전망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또 대한주택보증이 공동출연한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값 전망을 내지 않은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내부적으로 모든 조사를 마쳤지만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연구원 관계자는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분석방법이 먹혀들지 않아 집값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락은 확실한데 변수가 워낙 많아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의미없겠다는 설명이었다. 매년 공동조사 형식으로 집값 전망에 참여해왔던 모 부동산정보업체는 일찌감치 손을 뗐다. 집값 전망을 주저하는 것은 부동산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연말연시가 되면 빠지지 않고 신문 부동산면을 장식했던 기사가 있다. 전문가들의 사진을 일렬로 쭉 늘어놓고 그 밑칸에 새해 주택가격 상승률을 적어 놓는 형식의 기획기사다.

하지만 올해는 극소수 매체를 빼곤 이러한 기사를 싣지 않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전망을 거부하거나 전망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길 부담스러워하면서 기사로서의 가치가 줄어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집값 예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상황은 부동산시장 내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물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알 수 없어 집값 예측은 부질없다고 봅니다. " 쉽게 말해서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집값 변동률을 제시한 곳도 있다. 국민은행연구소는 전국적으로 7~8% 하락을 예상했다. 건설사들을 회원으로 둔 대한건설협회 산하 건설산업연구원은 5~10% 떨어지겠다고 발표했다가 현재 수정 전망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전망이 제대로 맞을 수 있을까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전망도 빗나갔기 때문.

부동산 전문가와 전문기관조차 앞이 캄캄하니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U'자형 경제회복이니 'L'자형이니 하면서 느긋해지라고 한다.

올해는 주택구입 눈치작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변한 나침반 하나 없이 내집마련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의 한숨이 정초부터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