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량 없어도 2시간 수당지급 관행 폐지…노조 반발

기아자동차가 잔업을 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도 무조건 지급해왔던 잔업수당 관행을 5일부터 폐지했다. 기아차는 이날 소하리 · 화성 · 광주공장에 이같은 내용의 공고문을 붙이고 잔업이 없는데도 생산라인에 남아 있던 근로자들을 퇴근시키는 한편,해당 라인의 잔업수당 지급을 중단키로 했다.

불합리한 잔업수당 관행에 '메스"

기아차 노사는 2005년 '생산직 기술직의 경우 잔업 2시간을 기본으로 운영하되,작업물량 부족 등 통상적인 근로형태 유지가 곤란한 경우에는 별도 협의해 결정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을 마련했다. 이처럼 단협 조항에 잔업 2시간을 '기본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잔업을 안해도 수당을 지급키로 한 것은 해외는 물론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도 기아차가 유일하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까지만 해도 자동차산업 호황으로 평일 잔업은 물론 주말 특근까지 일반화됐던 상황이라 잔업 2시간을 포함해 하루 10시간을 기본 근무시간으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경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카니발 등 일부 차량의 판매가 감소해 이들 차량에 대해서는 잔업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이에 따라 2007년 7차례,지난해 22차례 등 모두 29번에 걸쳐 생산 물량이 없는 라인에 대한 잔업 중단 협의를 노조에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같은 회사측의 협의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고 기아차는 밝혔다.

'비상경영'에 박차

기아차는 노조가 협의를 거부함에 따라 단협 조항대로 잔업을 하지 않는 일부 라인의 노조원들에게도 그동안 2시간분의 잔업수당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차량 판매가 급감,일부 생산라인에 한정됐던 잔업 중단이 대부분 생산라인으로 확대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연간 수백억원대로 불어났다.

기아차는 지난달 카니발 · 쏘렌토 · 카렌스 · 스포티지 4개 생산 라인만 잔업 없이 운영했지만,이달들어서는 프라이드 · 프로테와 군수용 차량을 제외한 13개 생산 라인에서 잔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잔업수당은 통상 시간급의 1.5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관리직 임금 동결,혼류생산 등의 자구노력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정확한 규모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불필요한 잔업수당 지급 금지를 통해 적어도 10% 정도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불합리한 잔업수당 지급 관행은 과도한 인건비 지급도 문제지만 불필요한 생산으로 과잉 재고를 유발하고 운전자금 압박을 가져온 게 더 큰 문제였다"며 "이번 조치로 기아차는 시장 상황에 맞게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는 잔업수당 미지급에 대해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금은 해외 판매 물량이 급감해 통상적인 근로형태 유지가 곤란한 만큼 이번 조치는 단협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노조와 잔업수당 문제에 대해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