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엔지니어링, 나노 기포 활용 폐수처리장치 개발

오염물질이 고농도로 농축돼 있어 '폐수 중의 폐수'로 일컬어지는 하수슬러지를 나노거품으로 정화하는 고효율 하수처리장치가 나왔다. 수처리 전문업체 탑스엔지니어링(대표 김정태)은 미세 공기방울을 활용해 하수슬러지의 오염물질을 최고 97%가량 자동으로 걸러내는 '나노기포 하수 · 폐수처리장치(NBF)'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슬러지는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온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등이 생물학적 처리 단계를 거치면서 걸러진 수분 함량 85%가량의 오물 덩어리.유기물 분해에 사용된 미생물이 대부분인 슬러지는 오염농도가 2000~3000㎎/ℓ정도로,100~150㎎/ℓ수준(지역에 따라 다름)인 일반 하수의 최대 30배에 달한다.

문제는 상당수의 하수처리 시설이 슬러지 처리 용량(전체의 1~2% 차지)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반 하수 발생량만을 기준으로 하수처리장을 설계 · 시공하는 바람에 슬러지와 슬러지수(슬러지에서 짜낸 물)가 처리되지 못하고 쌓인다는 점.이 때문에 대다수 하수처리장에서는 넘치는 슬러지와 슬러지수를 다시 하수투입구에 반송해 재처리(반류수 처리과정)하는 바람에 설비에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회사는 이 같은 현실에 착안해 0.1~0.3㎛ 직경의 공기방울을 다량으로 발생시키는 미세나노기포 발생장치를 자체 개발,투입구로 반송되는 슬러지와 슬러지수 등 반류수의 오염물질을 종류에 따라 65~97%가량 제거한 뒤 하수투입구로 돌려보내는 일종의 '공기방울세탁방식' 필터링 시스템을 고안했다. 김 대표는 "물과 공기를 섞어 소용돌이 현상을 만든 뒤 이를 좁은 관을 통해 슬러지 수조 안에 불어넣으면 고압의 미세공기방울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 거품이 오염물 입자를 표면에 붙여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이 정화작용의 기본 원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기포발생 정화장치가 만들어내는 30~80㎛ 직경의 기포에 비해 공기방울 총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효율이 10~20%가량 높다는 것.필터로 걸러내거나 침전시키는 물리적 방식에 비해서도 20배 정도 빨리 슬러지를 처리할 수 있다.

이 장치는 경기도 시흥시와 공동으로 실시한 기능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면서 경제적 효과도 입증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나노기포 하 · 폐수 처리장치 1대를 설치한 뒤 하루 3000t가량의 슬러지수를 처리해본 결과 1990㎎/ℓ에 달했던 평균 오염농도가 평균 64.7㎎/ℓ로 크게 낮아졌다"며 "지금까지는 이처럼 농도를 낮추려면 250억원을 들여 7000t급의 일반 정화설비를 추가 설치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시흥시가 나노기포 하 · 폐수 처리장치를 설치하는 데는 10억원 정도 들어갔다.

김정태 탑스엔지니어링 대표는 "일반 기업체 공장은 물론 호수나 연못,해상기름유출사고 현장 등에서도 즉석 현장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비를 차량에 장착한 이동식 나노기포 하 · 폐수처리장치도 곧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