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덕 <대구대 교수ㆍ경제학>

'수도권 규제=지역발전'은 착각, 감세등 지자체에 과감한 권한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 단체장들과 지역 지도자들은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자들은 먼저 '규제의 풍선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규제의 풍선효과란 수도권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어 지방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국가간 자본이동 장벽이 거의 없는 글로벌 환경에서 수도권 소재 국내기업과 외국투자기업은 지방에 투자하기보다는 투자환경이 좋은 중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리기 쉽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둘째 이유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지방공장을 수도권으로 이전하게 만들어 지방경제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 금번에 발표된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내 기존공장의 증설을 일부 허용하는 것이므로 지방공장을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는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이번에 발표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지방경제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셋째 이유는 그것이 수도권 집중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수도권 규제를 폐지한 2000년 이후 오히려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집중현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영국 프랑스 등은 자국 수도권과 선진국 대도시권 간의 경쟁을 중시해 수도권 규제를 폐지 또는 대폭 완화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 주장과 달리 이번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에서 공장 신 · 증설을 원하는 국내기업과 외국투자기업의 투자증대를 불러올 것이다. 그런 투자증대는 위축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므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일을 머뭇거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울산같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수도권에 비해 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방의 번영을 촉진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수도권 규제완화로 창출되는 경제성과를 기금신설이나 특별회계 등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의 투자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방에 대한 투자지원,즉 보조금도 규제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규제처럼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방경제의 자생력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기업이 지방에서 공장 등을 신설 · 이전하는 것이 수도권에 신설 · 이전하는것 보다 유리할 때는 그렇게 할 것이다. 불행한 것은 어느정도의 투자지원 등과 같은 방법으로는 그런 환경을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방의 각종 환경(교육, 인프라 등)이 수도권에 비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앙이 지방을 위해 무엇인가를 지원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지난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외국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 법에는 각종 세금면제, 부담금 감면, 인프라 지원 등이 규정되어 있다. 지자체가 그런 면제 감면 지원 등을 국내기업에 적용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국내기업도 지방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방이 외국투자기업보다는 국내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도록 하는 길이 낙후한 지방경제를 살리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늬만' 지방자치인 현행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함께 지방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투철한 자립 · 자조 정신이 없다면 백약이 무효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