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ㆍ외형성장보다는 내실 키우기 주력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5일 "올해는 외형성장보다 기존 사업의 안정과 내실을 키워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 금융위기 상황에서 인수합병(M&A)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까지 말했다.

올해 대출증가율 목표는 7%로 잡았지만 이는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전체 자산증가율 목표는 대출증가율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로 설정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해온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한 것이다.

신 행장은 "최근 금융위기에 대해 금융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은행 경영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글로벌 신용경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돈이 필요한 곳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은행 경영방침과 관련,"수익성을 의식한 전략수립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은행으로 정비하겠다"는 말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거나 조급함을 버리고 은행과 이해관계자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수익성만 생각하면 아무도 희생하려 하지 않아 결국 모두 공멸할 수 있다"며 "금융기관이 먼저 나서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행장이 최근 금융권 공동으로 금융연수원에 '은행 초급 실무과정'을 개설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청년실업 해소와 은행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 대학 졸업자들에게 기본 급여를 주면서 은행 실무를 익힐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신 행장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을 돕기 위해 은행권 대주단 협약을 제안하는 등 시중은행장들 중 '맏형'답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신 행장은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가진 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지만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의 옥석을 분명히 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곪은 곳은 빨리 째야 새 살이 돋는다"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 기업을 우선 지원하면서 퇴출보다는 회생 쪽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행장은 "올해 순이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소폭 낮췄으며, 그나마 이는 보유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경기악화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경비절감 및 조직구조 개편을 통한 내부 효율 극대화 등으로 이룰 것"이라며 "적극적인 성장정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