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그리 똑똑하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입사 동기 중 아주 잘나가는 편도 아니었구요. 그런데 능력 있고 잘나가던 사람들은 욕심대로 안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큰 꿈을 펼치고자 회사를 떠나더군요. 물론 잘된 사람도 많지만.하나둘 떠나다 보니 저밖에 안남더군요. "

조정남 전(前) SK텔레콤 부회장(68)이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누군가 대기업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성공 요인을 묻자 답했다는 내용이다. 겸손이었겠으나 시사하는 바는 크다. 1967년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한 뒤 지난해 퇴임하기까지 무려 42년간 현역으로 뛴 까닭이다.

그는 퇴임사에서 조직이나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꿈'이라며 "꿈을 지닌 사람은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의 급속하고 놀라운 변화를 선도하자면 국제화와 융합,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이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꿈과 능력은 기본이요,낙타같은 지구력(持久力)이 샐러리맨 42년의 신화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낙타는 물 없이 320㎞의 사막을 횡단할 수 있다. 순하고 부드럽지만 강하고,엄청난 지구력과 끈기를 지니고,환경 적응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생존력의 바탕인 지구력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지난해 상금과 광고 출연 등으로 2600만달러를 벌어 여자 운동선수 소득 1위를 기록한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는 이렇게 말한다. "훈련 중 경험해봤다거나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고 생각되면 실전에서 훨씬 쉽다. 훈련은 경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건 최상의 컨디션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

다각적이고 쉼 없는 노력만이 지구력과 자신감을 키워 게임을 승리로 이끈다는 얘기다. 샤라포바에 따르면 또 테니스는 세게 치는 것보다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칠 수 있을까에 대한 느낌이 중요하다고 한다. 삶이란 게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대미문이라는 경제 위기를 맞아 다들 힘겹다. 어쩌면 이제 막 사막의 초입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때엔 어떻게든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고 하거니와 버티자면 투혼과 순발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낙타같은 지구력이 필요하다. 초조함과 두려움을 떨쳐내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