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반가운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다. 새로운 카이로스(kairosㆍ의미있는 변화의 시간)가 도래할 것이란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해라고 바뀐 것은 없다. 난장판 정치가 그렇고,위기상황인 경제가 그렇다. 그렇지만 뭔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은 새해가 주는 설렘 덕분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묻는다. 무엇을 보고 갈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과연 어떤 지혜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것인가.

한국경제신문은 세월을 거슬러 뛰어난 통찰력을 제시했던 5명의 현인(賢人)들과 가상 인터뷰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그들의 생애와 철학에 입각해 현세에 주는 메시지를 도출했다.

조선시대 손꼽히는 지식인인 다산 정약용(1762~1836),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조지프 슘페터(1883~1950),세계적 문호인 레프 톨스토이(1817~1875),조선시대 최고 거상인 가포 임상옥(1779~1855),중국 전한시대 위대한 사가인 사마천(BC 145~86)이 그들이다. 이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세의 난국을 풀어갈 수 있는 개인의 몸가짐과 사회적 해법을 제시했다. '정치를 복원하고 허송세월 하지 마라,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위기를 극복하라,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라,겸허함을 되찾아 미래에 투자하라,위기극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져라'가 그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이해가 같으면 제편이고,다르면 내치는 당동벌이(黨同伐異)의 모습이 200여년 전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해 민심이 피폐해지는데도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정치판을 우선 겨냥했다. 그는 "정치력을 신속히 복원해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며 "공직자들은 처신에 능할 게 아니라 진실로 국민을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기일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소일(消日)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변례창신(變例創新ㆍ옛것을 참조해 새것을 만들어낸다)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슘페터 "어려울수록 창조적 파괴의 바람 불게 하라"

슘페터는 "어려울수록 '창조적 파괴'의 바람이 자유롭게 불도록 해야 한다"며 "헨리 포드,토머스 에디슨,빌 게이츠 같은 창조적 인물들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큰 불황이 닥쳤을 때는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항구적인 엔진'으로서 정부 지출의 필요성은 인정하기 힘들다"며 "정부의 역할은 위기 때 제한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생에 걸쳐 삶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설파했던 톨스토이는 "추운 겨울 꽁꽁 얼었던 땅도 봄이 오면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보드랍게 변한다"며 "이상은 높게 갖되 작은 노력들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인생의 고통과 좌절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인들을 향해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고,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임상옥은 "이번 위기는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됐다"며 가득 채우면 술이 모두 사라지고 7부만 채우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계영배(戒盈杯)'에서 겸허함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큰 장사꾼은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우산과 나막신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고 주문했다.

사마천은 인간의 의지를 내세웠다. 그는 '하늘의 도는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天道是也非也)'라는 질문을 던지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역시 인간의 도를 우선해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아울러 "경제 위기도 돌고 도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가뭄이 든 해에 배를 준비하고,수재가 발생한 해에 수레를 준비하는 게 인간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하영춘/조일훈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