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한림대 총장>

세기적이며 세계적인 오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45조원을 투입해 한국판 '뉴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온 국민이 경기침체와 실업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터에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위기 타개책에 기대를 걸어본다.

'뉴딜'이라 함은 1930년대의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주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건설수요를 일으켜 경기를 진작시키고 고용을 확대하려고 추진한 정책을 일컫는다. 20세기의 대공황과 견주어 결코 덜 심각하다고 할 수 없는 이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기초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기에 우리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이 대부분 사회간접자본의 건설로 구성되어 있음은 일단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금은 20세기 초와는 달리 지식기반 사회가 아닌가. 우리 사회가 곳곳에 새로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뉴딜'이 꼭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과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오늘의 일본경제에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뉴딜'을 보다 효율적으로 구성해야 함을 말해 준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오늘이 지식기반 사회임을 인식하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인적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특히 대학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은 세계 유수한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정부가 오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재정지출을 감행해야 한다면 대학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어떤 투자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많은 대학들은 이미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교직원 인건비를 동결한다 해도 물가상승으로 인한 대학 운용비용의 증가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재원은 축소될 게 분명하다.

따라서 대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은 인적자본 확충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투자보다 효과적이라 할 것이다. 대학이 정부의 지원금을 대학의 시설이나 정보 인프라 등에 투자한다면 그것 자체가 건설 수요를 유발,고용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그 시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학에 대한 투자만이 교육투자는 아니다. 초ㆍ중등 교육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초ㆍ중등 교육에 대한 투자는 그런대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초ㆍ중등 학교의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대학에서의 교수 1인당 학생수보다 적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필자가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어느 지방의 고교 교사들을 초청,그 지방 학생들을 위해 어렵게 마련한 2억원의 장학금을 자랑스럽게 소개한 적이 있다. 장학제도에 대한 소개가 끝난 후 필자가 경제학자라는 것을 알게 된 한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정부로부터 받은 50억원의 돈이 있는데 이를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질문을 해왔다. 필자가 자랑했던 2억원의 장학금이 그 교장선생님에게는 아무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재정의 90%는 초ㆍ중등 교육에 투여되고,10% 정도가 대학교육에 쓰여진다. 초ㆍ중등 교육예산을 줄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학투자의 중요성이 강조될 필요는 있다. 정부의 재정을 확대해 한국판 뉴딜을 시행한다면 대학에 투자해 경기회복과 국가경쟁력 강화란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