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운임 하락으로 지난해 몸살을 앓았던 해운업계가 올해는 구조조정의 거친 물살을 헤쳐나가야 할 전망이다.

그러나 몇년간 계속된 호황기에 선복량 증가율이 급증했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 선박 해체가 늘어나면서, 2010년께 예상됐던 해운업의 붕괴는 피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4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해상 물동량감소로 전 세계 해운업계에서 70여 척 이상의 벌크선이 해체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6천500척에 이르는 벌크선의 1%에 불과하지만 최근 2~3년 중고선 가격이 급등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척수다.

노후선을 유지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배를 포기하는 선사들이 점점 늘 것이라는 얘기다.

해운업계는 화물량과 선박의 재화중량톤수(DWT-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 중량)로 선박 과잉률을 기준으로 수급을 따지는 데, 일반적으로 과잉 공급률이 3~4%면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건화물선 운임이 크게 올랐던 2003~2007년 선박 과잉 공급률은 2%에 불과했다.

KMI는 올해 선박 과잉 공급률이 1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과잉 공급률도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해체되는 선복량이 작년보다 87%가량 늘어나고, 대형 선사들도 선박 발주를 꺼리거나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박을 거의 발주하지 않은 현대상선은 올해도 용선을 하고 발주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3~4년전만 해도 신조선 가격이 싸서 발주를 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배가 남아돌아 용선을 해도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NYK는 2013년 이후의 신조선 발주 계획까지 전면 재검토에 착수해, 정식으로 건조 계약을 하지 않은 가계약 물량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NYK는 또 내년 말까지 800척에서 1천 척으로 선대를 확충할 계획이었지만, 950척 정도로 목표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KMI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 위기 전 까지만해도 2010년께 해운업 전체가 공급 과잉으로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일찍 거품이 터져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며 "이번 위기만 넘기면 큰 위기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