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립스틱 효과'는 이제 속설을 넘어 정설로 거의 굳어졌다. 불황기 여성들이 옷이나 가방,구두 등을 선뜻 사기 어려워질수록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화장이 짙어지는 현상은 지난해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두드러졌다. 그 결과 백화점에서 의류 매출은 부진해도 화장품은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이어갔고,더페이스샵 같은 저가 브랜드숍들도 호황을 구가했다. 초유의 경기 불황이 예고된 올해,화장품 시장만큼은 견조한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화장품시장 7조원 돌파 전망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내놓은 '2009년 화장품 시장 및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화장품 시장은 6% 성장해 7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006년부터 3년간 연평균 10%대의 고성장에 비하면 다소 성장속도가 둔화한 것이지만 불황을 타지 않는 소비품목으로 입지를 굳힌 셈이다. 이는 화장품이 의류와 달리 웬만해서는 소비가 줄지 않는 생활필수품과 같은 특징이 있기 때문.

화장품 유통 경로별로는 백화점ㆍ마트 등 대형 유통점의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전통적인 방문판매를 앞지를 것으로 아모레퍼시픽은 내다봤다. 저가숍들의 매스티지 전략과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LG생활건강의 '뷰티플렉스' 확대 등을 통해 브랜드숍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알뜰고객이 늘면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인터넷ㆍ홈쇼핑 등의 통신판매도 6%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장품 업체들은 국내 시장의 성장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방화장품 '설화수' 등을 내세워 아시아권을 집중 공략하고,중저가 브랜드숍들은 중동지역에까지 매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잇코상 효과' '엔고 효과' 등으로 일본 여성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더페이스샵,잇츠스킨,미샤 등 중저가 화장품들의 일본 시장 진출도 가속화할 것이다.


◆소비 양극화ㆍ가치소비도 뚜렷할 듯

화장품 시장은 백화점 중심의 프레스티지 시장과 브랜드숍을 통한 중저가 상품들이 뚜렷한 강세를 나타내면서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이나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지고,한층 치열한 브랜드 간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다.

화장품도 패션과 마찬가지로 '가치소비'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치소비란 쉽게 말해 소비자가 하나를 사도 제대로 된 것을 산다는 의미다. 따라서 오가닉ㆍ에코서트 인증 등을 내세운 친환경 제품이나,피부과 시술을 접목시킨 코스메슈티컬 제품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각 업체들은 남성 화장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2003년 3200억원이던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07년 5300억원으로 4년 만에 60% 이상 급증했다. 외모를 가꾸는 남성들이 늘면서 등장한 '글루밍족' 트렌드에 힘입어 남성 화장품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토피 화장품,아동용 화장품 등 타깃 고객층을 세분화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