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2일 열린 시무식에서 이례적으로 올해 판매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아 글로벌 자동차 산업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과 재작년을 비롯해 통상적으로 연초 시무식에서 그해 판매 목표치를 발표해왔다.

판매 목표를 정확한 수치로 제시해 임직원들의 의욕을 고취함으로써 판매 역량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이같이 시행해왔다.

또 외부적으로는 그해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 자동차 산업 동향과 수요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 목표치 발표는 주목을 받아왔다.

현대기아차는 작년만 해도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는 311만대, 기아차는 169만5천대 등 국내외에서 전년보다 21.1% 늘어난 480만5천대의 판매 실적을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시무식에서는 정 회장이 판매 목표치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작년의 경우 연초에 480만5천대의 판매 목표를 설정했지만 국제 금융불안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420만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판매 목표치를 공개하지 못한 것을 보면 2009년 실적이 2008년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미국 빅3 메이커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해 북미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 규모 및 동향에 대한 예측을 하기 힘든 점도 올해 판매 목표 확정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글로벌 메이커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올해보다도 산업 수요가 더 줄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할부 및 리스 판매 제한 등으로 내년도 미국 산업수요는 올해 1천37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1천32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 역시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내년에 올해보다 7% 이상 감소한 1천580여만대 판매가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은 상황에서 소형차로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지만 올해 판매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 회장이 이날 시무식에서 판매 역량 확대를 유독 강조한 것도 이같은 예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시무식장에서 최재국 현대차 국내외 영업 및 기획담당 부회장은 "시장상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올해 판매 목표를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또 "상황이 워낙 불확실해 분기별로 판매 목표를 짜야할 판"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bum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