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

새해에는 국회의원이 법을 지켰으면 좋겠다. 필자가 만약 국회의원들처럼 했다면 여러 번 감옥에 갔을 것이다. 죄목은 국회모욕죄! 형법 제138조는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국회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모욕 또는 소동하는 행위를 국회모욕죄로 정하고 있다. 벌칙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나마 혼자서 했을 때 그렇고,여러 명이 모여서 했을 때는 벌칙이 50%나 더 무거워진다. 그러니 필자가 사람들을 모아서 인간 띠를 만들고,국회의장석을 점거했다면 당장 경찰에 체포돼 4년 6개월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105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했을 것이다. 목적이 아무리 좋았더라도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국의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행위가 정확히 국회모욕죄에 해당한다. 아니 그보다 더 지독한 모욕죄다. 단순히 소동을 벌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국회기능 자체를 마비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국회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으면 국민이 위임해 준 입법 기능을 완력으로 정지시키고 있는가.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무사하다. 하긴 여당이건 야당이건 국회의원들이 입법 과정이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범하는 국회 모욕 행위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법을 가장 잘 지켜야 하는 그 사람들이 법을 무시하고 치외법권 지대에서 무법자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국회법 제150조는 현행범의 체포를 규정하고 있다. 즉 국회 안에 현행범인이 있을 때에는 경위 또는 국가경찰공무원은 이를 체포한 후 의장의 지시를 받게 돼 있다. 다만 회의장 안에 있는 의원은 의장의 명령이 있어야만 체포할 수 있다. 그런데 의원들의 의사당 점거 행위는 분명 현행범으로 체포가 가능한 범죄행위다. 국회의장과 경찰 중 누구의 책임일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누군가에게는 현행범을 체포할 의무가 있고 그것을 행사하지 않고 있으니 직무유기임이 분명하다. 직무유기에 대한 벌칙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하지만 어느 조문 하나 집행되고 있지 않다. 국회의원이더라도 현행범이라면 그 자리에서 체포되는 대한민국을 봤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이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 범죄를 저질렀는데 국회의원이라 해서 봐줘야 할 이유가 없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게 누구이건 똑같이 처리해야 한다.

물론 국회의원에게는 부당한 법의 제정을 막을 임무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다수가 숫자만을 믿고 부당한 법을 밀어붙였다고 확신한다면 헌법소원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 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면 헌번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결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수의 의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다.

국민들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은 다 똑같아' 이런 태도로는 안 된다. 어떤 국회의원이 법을 어겼는지 분명히 밝혀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폭력과 단상 점거,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국회의원의 명단을 작성해서 공표하는 시민단체가 나오길 기대한다.

의회가 생기기 전까지 다중이 의사를 표현하려면 민란을 일으켜야만 했다. 다행히 우리도 서구 선진국들이 발명한 의회제도를 들여와 평화적 의사표현의 길을 열었다. 서로 간에 원하는 것이 다를 경우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합의를 도출하되,합의가 안 되면 표결로 다수결에 따르자는 것이 평화적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이런 원리를 부인한다면 폭력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하려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새해에는 법과 절차를 따르는 국회를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