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혹한기 돌파…SK·현대차 '변신' LG·금호 '안정'
주요그룹 임원인사 키워드는 '소수정예'
R&Dㆍ해외인력 중용…오너 경영 강화도

"위기와 기회를 잇는 징검다리는 '변신'뿐이다. "(SK 고위 관계자)

"불황에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 "(LG 인사 담당자)

삼성을 제외한 현대ㆍ기아자동차,LG,SK,현대중공업,금호아시아나,한진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올해 정기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비상경영의 신발끈을 조이며 임원 승진 인사를 최소화한다는 기본 인식을 함께 하면서도 글로벌 불황을 헤쳐나갈 경영진 재편과 대응 전략은 다소 엇갈렸다.

현대ㆍ기아차와 SK그룹 등은 진용을 새롭게 짜는 '과감한 변신'을 선택한 반면 LG,금호아시아나 등은 기존 조직을 흔들지 않고 최악의 상황을 버텨낸다는 '안정 전략'을 구사했다. 또 실적 견인을 주도해온 영업ㆍ마케팅부문과 미래 성장을 이끌 연구 개발분야 인재를 중용하며 불황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인사 포석을 놓았다. 오너 경영인의 전진배치도 두드려졌다.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위기와 기회를 잇는 징검다리는 변신'

SK그룹은 과감한 변신을 택했다. 주력 계열사 대표를 모두 바꾸는 '파격인사'를 했다. 간판 계열사인 에너지 텔레콤 네트웍스를 포함해 지주회사격인 SKC&C와 건설,해운 등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정만원 구자영 이창규 사장 등 최 회장의 신임을 받고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최태원 2기 경영자'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SK내부의 평가다. SK 관계자는"최 회장이 경제위기상황과 그룹변신을 추진하기 위해 현재 상태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를 변화의 전주곡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시인사를 해온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는 세대교체와 R&D 강화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내년 출시되는 아반떼 LPI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해온 주역들은 모두 승진했다. 직군별 승진 비율에서 R&Dㆍ품질ㆍ생산 부문은 45%로 지난해 42%보다 더 높아졌다. 최한영 현대차 상용사업담당 사장과 이현순 연구개발본부 사장,정성은 기아차 생산개발총괄본부 사장이 부회장단에 합류,지난달 한발 먼저 승진한 윤여철ㆍ최재국 부회장과 함께 지난 9월 이후 퇴진한 1세대 경영진의 공백을 메우게 됐다. 한진해운도 4년만에 CEO를 전격 교체했다. 씨티은행 등 금융권에서 일하다 2004년 한진해운 부사장으로 영입된 김영민 총괄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토록 했다.

◆'위기에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

LG그룹은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해외사업을 강화하는데 초첨을 맞췄다. 전 계열사 CEO를 유임시켰다. 조준호 부사장을 ㈜LG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해 그룹 전체 살림을 맡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는 휴대폰을 담당하는 안승권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부사장과 강신익 DD(디지털 디스플레이) 사업본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부문별로는 해외사업과 R&D(연구ㆍ개발) 인력을 대거 승진시켰다. 새로 선임된 임원 87명 중 20%(17명)가 해외사업을,16%(14명)는 R&D를 담당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를 담은 인사다.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한 금호아시아나도 안정을 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표를 교체하는 것외에는 대부분 주요 계열사 대표를 연임시켰다. 대우건설,대한통운 등 최근 인수한 계열사들은 실적향상에 따라 승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격랑이 예고되고 있어 패기보다는 노련미를 갖춘 CEO들로 난국을 헤쳐나갈 의도가 담긴 인사"고 전했다.

◆오너 경영인 전진 배치

'오너경영 체제' 강화도 대기업 인사의 큰 흐름이다. LS그룹은 구자열 전선 부회장과 구자엽 산전 부회장을 회장으로,구자용 E1 사장을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이 그룹 전반을 지휘하고 구자열 부회장이 LS전선-LS니꼬동제련-LS엠트론,구자엽 부회장이 LS산전가온전선을 맡는 구조로 체제를 재정비했다. 구자홍 회장과 구자열 회장은 지난 8월 인수한 북미 최대의 전선회사인 수피어리어 에식스를 총괄 지휘하면서 미국 전선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LG패션은 구본걸 LG패션 대표이사 사장의 동생인 구본진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 2명의 부사장 체제에서 3인 부사장 체제로 바뀌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씨를 주력 계열사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사위인 문성욱 신세계I&C 상무를 같은 회사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GS건설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동생인 허명수 국내 총괄담당 사장을 CEO로 임명했다.

김동민/손성태/조재길/송형석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