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의 '중국통(通)카드' 광고는 여느 방송광고에 비해 장면 수가 많다. 시놉시스를 보면 자전거 위에 편히 누워 있는 아저씨,무릎으로 긴 사다리를 받치고 있는 전기공사 인부,3대 가족을 모두 싣고 도심을 유유히 달리는 소형 오토바이 등 장면이 8개나 된다.

더욱이 이들 장면 하나하나가 눈길을 확 끌 만큼 이색적이다. 싸리빗자루를 매단 청소 트랙터,수십개의 만두통을 자전거 한 대에 싣고 가는 아저씨,보기만 해도 아찔한 절벽을 외줄 하나에 의지한 채 자전거와 함께 건너가는 우편배달부,잠든 호랑이 위에 앉아서 미소 짓는 스님,산처럼 많은 짐을 달랑 자전거 한 대에 싣고 가는 할아버지.광고카피도 세 가지나 된다.

그만큼 소품을 비롯해 준비할 것도 많았다. 광고콘티에 맞게 작업하려면 최소한 하루 세 군데 이상 옮겨가며 찍어야 했고,한 컷이라도 실수해서 다시 찍게 되면 다음 장면을 찍을 수 없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게다가 촬영을 덥고 습하기로 이름난 상하이에서 진행했으니 에피소드가 많을 수밖에….

출국 전 소품과 장치가 완성됐다는 통보와 함께 보내온 소품 사진을 보며 안도했지만 막상 촬영장에 도착하자 문제가 생겼다. 싸리비를 매단 청소차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그나마 어렵게 작동을 시작했으나 싸리비를 여기저기 떨어뜨리기 일쑤였고,앞바퀴가 하늘로 향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스태프에게 따져 물으니 "대충 사진 컷만 나오게 만들었는데 움직이는 장면을 촬영할 줄은 몰랐다"는 설명.다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자 어디서 힘좋은 트랙터가 도심 한복판에 나타나더니 10여명의 중국 스태프들이 한 사람에 하나씩 싸리비를 들고 매달기 시작했다. 불과 30분 만에 중국식 싸리비 청소차가 완성됐고 콘티대로 촬영을 마쳤다. '만만디'로 알려진 중국인들의 기민함에 놀란 날이었다.

절벽을 건너가는 우편배달부를 찍을 때는 우편배달부가 꼭 중국 인민군 같아서 고민이었다. 배달부 가방과 여러 소포로 치장을 해도 우편배달부 느낌이 나지 않았던 것.고민하던 감독이 무릎을 치며 외쳤다. "저거다!" 감독이 가리킨 곳에는 수많은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는데 염소 한 마리를 배달 자전거 앞에 태우면 시골 우체부의 분위기가 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작은 염소 한마리를 현장에서 급히 구해 완성했다.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는 호랑이 등에 앉아 미소 짓는 스님이다. 그런데 동물원에서나 봤던 호랑이를 실제 눈앞에서 보자 스님 역을 맡은 배우도 스태프도 얼어버렸다. 서커스를 위해 잘 조련한 호랑이였지만 그 크기와 눈빛에 모두가 압도되고 말았던 것이다. 말을 잘 듣는 호랑이이므로 안심해도 된다는 조련사의 거듭된 설명에 스님 역의 배우는 괜찮다,문제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막상 호랑이 장면을 찍을 시간이 되자 그는 말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안절부절못했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호랑에 등에 앉아야 하는 일인데….

여러 사람의 설득에 겨우 카메라가 돌아가고 배우도 호랑이 쪽으로 다가간다. 그런데 자세가 이상하다. 호랑이 등에 편하게 앉지 못해 엉덩이를 호랑이 등에서 3㎝가량 띄우고 다리 힘으로 버텼기 때문이다. 그것도 웃으면서….광고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3㎝의 비밀'을 확인할 수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