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 생산량 조절…노조 반대가 걸림돌
해외생산 확대가 불황·보호무역 극복 대안



'고연비 소형차 생산비중을 높이고 현지 맞춤형 모델의 해외생산을 늘려라.'

현대·기아자동차가 마련한 내년도 글로벌 생산·판매전략의 골자다.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 등 다른 글로벌 메이커들도 표현만 다를 뿐 비슷한 전략을 앞세워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메이커의 몰락 및 오바마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에서 새로 대두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일부 생산라인의 주말 특근을 중단하며 대형차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지만 강성 노조의 반발 때문에 소형차 확대 및 현지화 강화 전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 소형차 생산을 확대하는 등 국내외 공장을 신축적으로 가동하려고 해도 노조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대형차 사실상 감산

현대차의 내수 판매는 최근 뚝 꺾였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총 2만937대를 파는 데 그쳐 전달 같은 기간의 2만6861대보다 22.1% 줄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 22일부터 울산 2공장 및 4공장의 주말 특근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생산물량 조절에 나섰다. 2공장은 싼타페,베라크루즈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4공장은 그랜드 스타렉스,포터 등 밴과 트럭 등을 생산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요 위축을 감안해 일단 연말까지 주말 및 공휴일 특근을 없애기로 했다"며 "이에 따른 생산량 감축효과는 3000여대"라고 말했다.

맞춤형 소형차로 위기 돌파

현대차는 글로벌 수요위축에 따라 감산에 나서고 있지만,소형차만큼은 생산량을 유지키로 했다. 고연비 소형차가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란 판단에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소형차는 글로벌 전역에서 판매가 꾸준한 만큼 중·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현대·기아차로선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시장 맞춤형 모델인 아반떼 위에둥 출시를 계기로 올 들어 10월까지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0.4%나 급증한 베이징현대차를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은 물론 유럽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도 지역 맞춤형 중·소형 차종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달 본격 가동에 들어간 체코공장에서 유럽 인기 차종인 i30를 집중 생산하는 것도 이런 전략에서다.

현대차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자동차인 아반떼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MD)을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직접 생산·판매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판매 확대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보호무역 정서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목 잡는 노조

현대·기아차의 소형차 및 현지화 확대전략은 노조 때문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해외공장 생산차종을 결정할 때 노조 동의를 받도록 한 단협 조항이 족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단협은 해외공장에 신차종 투입 계획을 확정할 때는 노조를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연 뒤 노사 공동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노조 '승인'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이라도 신차종 투입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회사 필요에 따라 해외공장 생산차종을 결정하고 있다. 사이토 아쓰시 닛산자동차 규슈공장 부공장장은 "글로벌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팔리는 차종은 국내외 공장간 생산성 경쟁을 통해 생산라인이 결정된다"며 "효율이 낮은데도 직원들 일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특정 공장을 배려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수언/조재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