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만 3만여개…작년 수출입 426억弗 흑자
[Cover Story] 자동차는 '제조업의 꽃'…한국의 외화벌이 '효자'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엄청난 기간산업이자 종합 기계산업이다.

자동차산업 선진국 모두가 세계 경제 선도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배경이다.

완성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소재 및 부품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차량 제조에 필요한 저변 산업이 강해야 자동차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제조업 기술 기반이 탄탄한 선진국이 아니고선 자동차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그만큼 자동차는 산업적 의미가 큰 산업이다.

19세기 후반 현대적 의미의 차를 만들기 시작한 독일과 영국, 프랑스는 물론 20세기 들어 자동차 대량 생산 및 대중화 시대를 연 미국, 그리고 20세기 후반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들고 나온 일본은 모두 자동차를 매개로 자국의 산업기술 저변을 폭넓게 발전시켰고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최근엔 중국이 정부 주도의 강력한 자동차산업 육성책을 펴고 있다.

양적 개념의 경제대국을 넘어 질적으로 강한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자동차산업 발전이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GM 등의 파산을 막고 자국 자동차산업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것도 전·후방 산업에 대한 연관 효과가 엄청난 자동차의 특성을 직시한 결과다.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결국 제조업 전반에 걸쳐 기반이 붕괴될 수 있고 이는 경제체질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자동차는 제조기술의 결정체

자동차에 들어가는 원천 부품은 줄잡아 3만개에 달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크고작은 스프링이나 베어링, 밸브 등에서 부터 엔진과 차체 뼈대(프레임)와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 타이어 등 핵심 부품에 이르기까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소재 역시 철강과 비철금속, 고무, 유리,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 다양하다.

모든 부품과 소재의 품질 안정성을 확보한 뒤 정교하게 결합해야 완성할 수 있는 게 자동차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매력적인 외관을 갖춰야 하는 디자인 및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은 또 다른 영역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각각 370개 안팎(중복업체 포함)의 1차 협력업체로부터 부품과 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아닌 1차 협력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2차 협력사도 4000개에 육박한다.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는 3차 협력업체들도 상당하다.

3차 협력사가 2차 협력업체에 기초 부품을, 2차 업체는 1차 협력사에 가공부품을, 1차 협력사는 자동차업체에 완성 부품을 납품하는 형태의 연결고리가 빈틈없이 형성돼 있다.

자동차 제조와 직접 연관된 부품업체만 전체적으로 1만개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엔 품질관리 및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기아차 계열의 현대모비스에서 주요 부품을 미리 모듈(수십,수백개 부품을 결합한 부품조합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운전석 및 섀시 모듈, 프런트 엔드 모듈(앞범퍼와 헤드램프,냉각시스템 등 30여개 부품들로 구성) 등의 형태로 1차 조립 후 완성차 공장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핵심 기술인 엔진과 변속기 등은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직접 담당한다.

⊙ 속도붙는 신기술과 자동차의 결합

자동차산업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첨단 신기술 확보 차원에서도 다른 어떤 산업보다 중요한 산업이다.

자동차에 속속 채택되고 있는 각종 전자제어장치에서 보듯, 요즘 자동차 기술은 첨단기술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자동차산업은 상용화가 쉽지 않은 첨단 신기술의 대규모 수요처로서의 의미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관련 기술과 차체 경량화를 위한 최첨단 소재 기술, 자동차관련 전자제어기술 등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신산업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자동차가 반도체를 비롯 첨단 통신기술, 에너지관련 기술, 나노기술, 소재기술 등 미래 성장동력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매개 산업으로써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가 미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차량용 IT기술 개발에 나서고 LG화학 SK에너지 등 자동차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기업들이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최근 들어 정부가 나서 친환경차 관련기술 개발자금을 자동차업체에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통해 고용 확대 등을 꾀하면서 글로벌 신기술 개발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 숫자로 보는 한국 자동차산업

한국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해외생산은 현지국가에 포함)이다.

지난해 408만 6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크고 넓다.

수출과 고용, 부가가치 창출, 조세부담 등에서 핵심 산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고용인원은 25만 3000명으로 전체 제조업의 8.8%를 차지한다.

부품업체(2,3차 부품사는 제외)를 포함하면 41만명 수준으로 비중이 14.3%로 높아진다.

부가가치는 45조원으로 제조업 전체의 14.4%, 세금납부는 26조원으로 국가세수의 16.6%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입에서 426억달러의 흑자를 거둬 전체 무역흑자액의 2.9배나 됐다.

부품도 무역흑자가 84억달러에 달했다.

자동차산업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다른 분야 적자를 메웠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부품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완성차 수출 급증에 힘입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계량화가 쉽지 않지만 정비서비스업과 운송업, 금융업 등 전방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생산대국 가운데 국민소득 4만달러 수준에 접근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현지생산기지 역할에 머물고 있어 한국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동차산업 발전과 육성을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기술개발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지금 왜 이토록 'GM과 미 자동차산업 살리기'에 매달리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수언 한국경제신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