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만들려는 인류의 욕망은 수백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13세기 R.베이컨은 '언젠가 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달리는 기계가 생길 것'이라고 예언했고 과학자 뉴턴은 증기를 분출시켜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를 실제 구상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 100년, 경기 부침따라 합종연횡 거듭

⊙ 자동차는 어떻게 진화했나
[Cover Story] 세 바퀴로 '걸음마' 이젠 하이브리드 자동차 씽~씽~
오늘날과 같은 자동차가 선보인 것은 1770년 프랑스의 N.J. 퀴뇨가 3륜 증기자동차를 개발하면서부터다.

군공병 장교였던 퀴뇨는 당시 대포를 옮길 목적으로 보일러에서 물을 끓여 나오는 수증기를 활용한 바퀴 3개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퀴뇨의 자동차는 시속 5㎞밖에 달릴 수 없었지만 자동차를 만들려는 발명가들의 욕망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1803년 많은 발명가들 중 영국의 R. 트레비식은 지름 3.8m의 큰 바퀴가 달린 4륜 증기 자동차를 만들어 런던 시내를 시속 13㎞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실용화된 첫 자동차였다.

증기자동차의 등장은 사람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생활 반경이 확대되었으며 새로운 스타일의 복장도 등장했다.

초창기 자동차는 유리창이 없어 바람을 막기 위해 온몸을 감싸는 옷이 필요했는데 당시 입었던 긴 코트가 '버버리'의 기원이 되었다.

차량 속도가 마차보다 훨씬 빠르다 보니 충돌 사고도 잦았다.

자동차에 손님을 뺏긴 마차업자들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며 자동차의 위험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이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1865년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는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을 만들게 된다.

"3명의 운전수 중 한 명은 붉은 깃발(낮)이나 붉은 등불(밤)을 들고 차량을 앞서야 한다.

증기를 방출해서는 안 되고 시가지의 최고속도는 3.2㎞(교외는 6.4㎞)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1896년까지 시행된 붉은 깃발법은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크게 위축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당시 자동차는 증기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보일러가 무거워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발명가들은 보다 가볍고 성능 좋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내연기관은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 공기가 팽창하는 힘을 활용하는 엔진으로 네덜란드의 C 호이겐스, 이탈리아의 E.베르나르디 등에 의해 점차 구체화되었다.

그러던 중 1885년 독일 오토내연기관연구소의 젊은 기술자 G.다임러가 가솔린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을 2륜차에 탑재시켰고 같은 해 K.벤츠도 3륜 자동차를 만들어 운행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독일의 다임러-벤츠는 이들 두 사람의 이름을 따 만든 회사다.

내연기관 개발 후 변속기 공기타이어 등의 개발로 자동차는 점차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속력도 20㎞ 수준으로 빨라졌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일반 서민들이 구입하기에는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자동차가 대중에 널리 보급된 것은 포드 자동차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갖추면서 부터다.

차체를 이동하는 컨베이어에 올려 놓고 조립 작업을 하는 컨베이어 시스템은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포드는 원가를 대폭 낮추면서 근로자들의 임금은 오히려 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상승효과로 포드는 당시 개발한 T형 모델을 1908~1927년까지 18년간 무려 1500만7033대를 생산할 수 있었다.

T형 모델은 그 후 독일의 폭스바겐이 1955~1975년 딱정벌레라 불리는 국민차를 1900만대 팔 때까지 세계 최고 판매차로 기록되었다.

T형의 성공은 자동차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프랑스의 시트로앵, 독일의 오펠,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 유럽국가들도 앞다퉈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춰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겼다.

후발주자인 일본의 도요타도 1980년대 이후 부품 재고를 최대한 줄이는 독특한 경영기법으로 원가를 크게 낮춰 세계 무대에 합류했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자동차도 기술 개발에 힘써 지금은 엔진을 수출할 정도가 됐다.

⊙ 세계 자동차시장은 먹고 먹히는 '정글'

자동차는 흔히 '기계공업의 꽃'으로 불린다.

그만큼 많은 업종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잘 만드는 나라는 대부분 제조업 강국이다.

2007년 기준 업체별 생산량을 보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949만대로 가장 많고 미국의 GM과 포드가 각각 881만대 636만대, 독일의 폭스바겐이 621만대,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가 398만대, 일본의 혼다와 닛산이 각각 391만대, 343만대, 프랑스 푸조-시트로앵 323만대, 이탈리아 피아트 281만대, 프랑스 르노 263만대, 미국 크라이슬러 257만대, 독일 BMW 154만대 등의 순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 경기 부침에 따라 수시로 합종연횡을 한다.

경기가 침체되어 차량을 구입하는 수요가 줄어들면 힘이 쎈 회사가 약한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경우가 많다.

누적적자로 미국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GM은 얼마 전만 하더라도 각국의 자동차회사를 집어 삼키는 '자동차 공룡'이었다.

뷰익 링컨 캐딜락 등을 합병했던 GM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이즈즈와 스즈키, 스웨덴의 사브(승용차부문) 한국의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공룡 GM이 이제 어디로 갈지 관심이다.

포드도 마찬가지다.

머큐리 선더버드 재규어에 이어 90년대 들어서는 일본의 마쯔다 영국의 랜드로버 스웨덴의 볼보 등을 집어 삼켰다.

독일 다임러벤츠는 1998년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가 관리가 어렵자 2005년 서버러스라는 투자회사에 다시 팔아 넘겼다.

일본의 닛산과 프랑스의 르노는 2000년 기술을 교류하는 상호 제휴 관계를 맺었다.

작은 회사가 몸집이 더 큰 회사를 삼키는 경우도 있다.

스포츠카 업체인 독일 포르쉐는 최근 같은 독일의 폭스바겐 주식을 90% 이상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1965년 이탈리아의 아우디를 인수했는데 이제 자신이 다른 회사에 팔리는 신세가 된 셈이다.

아우디는 이탈리아의 스포츠카업체인 람보르기니도 자회사로 두고 있어 포르쉐의 폭스바겐 인수는 스포츠카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에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이 이번에도 적용되고 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