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가격차이가 파경 불렀다
목돈 마련 부담 느꼈을 가능성
차입 늘면 지분율 하락 우려?


GS그룹이 포스코와 결별한 배경은 물음표 투성이다. GS는 포스코와의 컨소시엄을 파기하게 된 원인으로 '가격 차이'를 꼽고 있지만 그동안의 갈지자 행보를 해명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앞뒤를 재지 않고 손부터 덥석 잡았다면 지나치게 경솔한 것이고,알고도 한 살림을 차렸다면 애초에 '파경'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가 된다. 재계 6~7위를 달리는 그룹이 벌인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장면이다.


◆짧은 동거,긴 후유증

포스코와 GS그룹의 '잘못된 만남'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일찌감치 포스코와 GS가 손을 잡기로 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예비 입찰에 포스코와 GS가 따로 따로 '원서'를 내면서 컨소시엄 가능성은 '설(說)'로 그치는 듯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9일.포스코와 GS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공동 참여한다는 '깜짝 쇼'를 연출했다. 시장은 '슈퍼 카드'가 등장했다는 평을 달았다. 자금 동원력과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파괴력이 배가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인수전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일부에서 경영권을 50 대 50으로 나눠 갖는 컨소시엄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내놓긴 했지만 반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대우조선해양 공동 인수를 위해 급조된 '결혼'은 나흘 만에 깨졌다. 지난 13일 시내 모처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인수 지분 및 가격 등에 대한 최종 조율을 시도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가격만 문제였나

임병용 GS홀딩스 부사장은 14일 GS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른 모든 조건에서는 합의했지만 딱 한 가지 인수 가격 때문에 (포스코와) 결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찰 서류를 제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가격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GS와 포스코의 인수가격 차이가 얼마였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1조~2조원의 격차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부사장은 "기업(대우조선해양)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양쪽의 평가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에 대한 장기 경기 분석을 비롯 환율과 금리 전망까지 어느 것 하나 일치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는 "비슷한 데이터를 갖고 그 정도로 어긋난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GS가 대우조선해양의 본질 가치를 낮게 볼 수밖에 없는 다른 속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겨 목돈을 마련하기 부담스러웠거나,외부 차입을 늘릴 경우 GS홀딩스의 지분율이 포스코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려했다는 지적이다. 대주주 간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미확인 루머도 떠돈다. 그만큼 GS의 설명에 빈틈이 있다는 얘기다.

가격 차가 나더라도 굳이 서둘러 판을 깰 필요가 있었느냐는 대목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왜 그렇게 빨리 결별을 선언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결별 통보 시점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GS 측은 본입찰 2~3시간 전에 컨소시엄 파기를 포스코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GS의 말이 사실이라면 포스코가 본 입찰서에 허위 기재를 한 셈인데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납득하기 힘든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안재석/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