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안에 상장 생명보험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상장을 준비해오던 생보사들이 상장을 늦추거나 상장 대신 매각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력한 '상장 생보사 1호' 후보로 꼽히던 동양생명은 이날 상장 주관사 회의를 열고 적정한 상장 시기에 관한 증권사들의 의견을 듣는다.

회사 경영진은 이 의견을 토대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동양생명은 당초 지난달 30일 이를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 최종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기 위해 한 차례 늦췄다.

동양생명은 당초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으나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 등이 터져나오면서 상장 시기를 고민하게 됐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상장을 위해선 해외에서도 투자를 받아야해 미국의 구제금융 법안 통과를 지켜본 뒤 최종적으로 상장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역시 상장을 준비해오던 금호생명은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생명 상장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증시 침체로 상장에 불리한 환경이 장기화되자 아예 통째로 넘기는 방안으로 돌아섰다.

금호생명은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정하고 비밀유지협약(CA)에 서명한 회사들에 기업 현황 등을 담은 인포메이션 메모랜덤(IM)을 건네주고 있다.

금호생명은 10일 예비입찰을 실시해 유력 후보를 추린 뒤 본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를 가릴 예정이다.

금호생명 관계자는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외국계 보험사,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 국내 금융지주회사, 제조업체 등에 IM을 건넸다"며 "IM을 받아간 곳은 20곳이 좀 안 된다"고 말했다.

금호생명은 그러나 상장 카드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외국계 금융회사를 전략적 파트너로 맞기 위한 협상도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금호생명 관계자는 "원하는 값을 받고 팔지 못할 경우 다시 상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며 "외환은행, 유진투자증권 등 매물이 여럿 쏟아진데다 금융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각 여건이 썩 좋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 계약의 적법성을 두고 예금보험공사와의 국제중재에서 이긴 한화그룹도 대한생명 지분 일부를 상장 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돈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상장까지는 당장 시작해도 1년 가량 시간이 필요한 데다 금융시장 여건이 나빠 아직 구체적인 상장 시기도 정하지 못했다"며 "우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지분 67% 가운데 경영권 유지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가격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내에 상장 1호 생보사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