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을 앓는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 사람들이 매년 수천명씩 9시간이나 걸리는 싱가포르까지 치료받으러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해 올 연말 한 번에 40여명을 수용할 외국인 전용 병상을 착공해 내년 상반기에 완공할 계획입니다. "

보건복지부가족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심장전문병원인 부천 세종병원의 박영관 이사장(69)은 1일 기자와 만나 "기름진 음식과 과음하는 특유의 생활습관 때문에 러시아에선 매년 130만여명이 심장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외국인 병동 개설 초기 연간 300명 이상의 러시아 환자를 유치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원은 1인당 평균 수술비 2000만원에 입원비 검사료 등을 더해 산출한 액수다.

그는 "지난 7월 우리 병원의 노영무 연구소장 등이 러시아를 방문해 우리의 의료시설과 의술 수준을 설명했더니 현지인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몇년 후엔 동남아 중동 대양주 북미에서도 환자를 유치해 연간 1000여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이사장은 또 "미국의 대표적 심장 전문병원인 클리블랜드클리닉의 경우 오하이오주의 가장 큰 고용주이면서 연간 44억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부천을 심장특구로 만들기 위해 시와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심장특구란 외국 심장병 환자를 원스톱으로 치료하는 것은 물론 순환기질환 관련 연구 바이오벤처와 제약사 등을 클러스터화해 회사 창업시 빠른 행정절차,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지역을 말한다. 그는 "부천을 세계적인 심장특구로 만들면 클리블랜드클리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비용으로 대등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엄청난 수의 외국 심장병 환자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1982년 설립된 세종병원은 연평균 1300건 이상의 개흉 심장수술과 4000여건의 심장중재수술을 실시하고 있다. 대학병원까지도 고난도 수술 테크닉이 요구되는 환자를 이곳으로 후송하고,응급환자가 아니면 2∼3개월을 기다려야 치료받을 정도로 국내 정상급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 이사장은 "한양대 의대 교수를 접고 심장전문병원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모두 말렸다"면서 "26년간 심장만 바라보며 쉼없이 달려온 결과 지금은 대학병원들이 우리의 협진체계와 중환자실 환경을 벤치마킹하는 수준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고희의 나이에 더 욕심부릴 건 없다"며 "외국인 심장병 환자 유치에 주력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면 대만족"이라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