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공식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천연가스(Pipeline Natural Gas, PNG) 도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문제 자체는 어제 오늘 제기된 게 아니지만 이번에는 과연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한ㆍ러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제외하면 최대 이슈는 에너지ㆍ자원 분야 협력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특히 강조해온데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스공사가 러시아 가즈프롬과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연 10BCM(Billion Cubic Meter, LNG로 환산시 약 750만 t )의 천연가스를 30년에 걸쳐 도입(導入)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배관을 건설해 공급받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현되기만 하면 우리나라로서는 연간수요의 약 20%에 해당하는 천연가스를 신규로 확보할 수 있고, 중동 동남아로부터 도입하던 천연가스를 러시아로까지 다변화함으로써 공급의 안정성도 기대할 수 있어 자원외교의 큰 성과로 평가될 만하다. 러시아도 천연가스 수출을 아ㆍ태지역으로 확대(擴大)하는 등 극동ㆍ동시베리아지역 경제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또한 배관통과료 등 경제적 이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남북과 러시아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협력체제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해결할 과제들도 적지않다. 앞으로 약 2년에 걸쳐 북한 통과노선 등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통해 이 사업의 경제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또 경제성이 확인되더라도 북한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나올지도 변수다. 양국이 PNG 도입방안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해 다른 방안을 함께 검토키로 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문제가 과거에 비해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고 프로젝트 내용도 보다 진전된 것은 틀림없지만 아직은 타당성조사에 합의한 단계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업의 성패는 치밀한 후속조치들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