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8.4%의 지분을 확보하며 유럽 최대 조선사인 아커야즈(현 STX유럽)의 경영권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이달 초 현지 사업장을 직접 방문했다. 강 회장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아커야즈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마치고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아커야즈의 사업장을 돌아봤다. 아커야즈 임직원들과 만나 새롭게 출발하는 'STX유럽'을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 발전시키자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다. 특히 생나자르 조선소에서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아커야즈 및 프랑스 조선산업의 현황과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STX가 아커야즈 인수를 마무리하고 유럽 조선업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아커야즈에서 STX유럽으로 새출발

STX는 지난 7월18일부터 한 달간 아커야즈 주식을 공개매수해 총 88.4%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완전 인수했다. 유럽 최대 조선사 인수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톱 조선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이름도 생소한 STX조선이 세계 최대의 크루즈선 건조업체인 아커야즈의 지분 39.23%를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서 세계 조선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지 1년 만이다. 당시 유럽의 조선업계는 가능한 채널을 총동원해 STX조선이 어떤 기업인지 파악에 나설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아커야즈는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과 자산이 각각 6조5000억원,6조원에 이른다. 크루즈선,액화천연가스(LNG)선 분야 및 극지 쇄빙 기술 등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STX는 아커야즈 완전 인수 이후 본격적인 오너십 경영에 나섰다. 아커야즈 사명을 'STX유럽 ASA'로 변경하고 주요 계열사 및 야드 명칭도 순차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STX는 크루즈선 부문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유럽 3대 거점 집중 육성

이제 관심은 STX가 향후 아커야즈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쏠려 있다. STX는 노르웨이,프랑스,핀란드를 유럽 지역 내 3대 전략거점으로 선정했다. 각국의 야드별 특화 전략도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본사가 있는 노르웨이는 오프쇼어(offshore) 생산기지로 적극 육성할 예정이다. 자원개발 수요가 많은 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남미 지역의 기존 네트워크와 유기적 결합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프랑스는 크루즈선과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프랑스 야드가 보유하고 있는 LNG선 원천기술 및 항공모함,잠수함 건조 등의 방산기술을 바탕으로 프랑스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등으로 진출해 나갈 계획이다.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쇄빙선 기술을 바탕으로 극지 연구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핀란드 야드가 보유하고 있는 쇄빙선 및 특수선 분야 원천기술은 향후 남극과 북극 지역의 자원개발에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강 회장은 "아커야즈는 크루즈선,오프쇼어,방위산업 등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무궁한 잠재력이 있는 회사인 만큼 'STX유럽' 출범을 계기로 확고한 리더십과 생산효율성 향상을 통해 하반기 실적 향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드림 경영진' 출범

STX는 최근 STX유럽의 경영을 이끌어갈 쌍두마차인 이사회와 집행임원 구성을 완료하고 경영체제 정비를 마무리했다. STX유럽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글로벌 경영 역량을 갖춘 유럽 현지 전문 경영진과 STX에서 파견된 조선분야 전문 인력이 최적의 조화를 이뤄냈다.

우선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에는 노르웨이의 대표적 에너지·기계 기업인 하이드로사(社) 출신의 툴스타인 달레 쉬트베이엣을 새로 선임했다. 이달 초부터 STX유럽을 이끌기 시작한 쉬트베이엣 신임 CEO는 노르웨이 국적으로 오일,가스 등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경영 역량을 입증받은 경영인이다.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STX유럽의 글로벌 영업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고운영책임자(COO)에는 신상호 STX조선 부사장이 임명됐다. 신 COO는 STX조선 진해조선소장 및 부산조선소장을 역임하며 쌓은 조선소 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신임 CEO와 협력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STX유럽이 보유한 18개 야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STX는 또 글로벌 투자은행(IB) 근무 경력을 지닌 박주언 재무담당 부책임자를 새롭게 선임해 현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보조를 맞춰 STX유럽의 재무역량 강화에 힘쓸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서주 STX노르웨이 대표를 STX유럽 이사회 신임 의장에 선임하는 등 전체 7명의 이사회 멤버 중 2명을 국내 조선·해운 전문가로 충원했다. 오너십 경영의 초석을 다지는 한편 이사회가 연관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기존 이사회 멤버인 노르웨이 출신의 미미 케이 베르달 변호사를 부의장으로 격상시켜 현지인의 경영 역량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진의 보강을 통해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