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너무 비싸다" 일본 "토종이 낫다" 홀대
중국·한국선 출시도 못해…현지화 실패하나


애플이 자랑하는 스마트폰 3세대(3G) 아이폰이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시 후 두 달이 지난 지금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인도와 일본 등에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과 한국에서는 아직 출시조차 되지 않은 것.

애플의 아이폰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통신시장인 인도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3억여명에 달하는 인도는 지난 7월 한 달에만 920만명이 이동통신 서비스에 신규 가입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인도시장에서 열린 애플 아이폰 3G 출시행사에는 소비자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인도 휴대폰 시장에선 세계 1위인 노키아가 부동의 최강자다. 블랙베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캐나다의 RIM을 비롯 대만의 HTC와 소니에릭슨도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은 출시 이후 몇 십만대 판매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IDC 인도의 나빈 미스라 애널리스트는 "애플 브랜드와 아이폰의 디자인은 인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나 인도인들이 고가의 아이폰을 선뜻 사들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통사들은 2년 동안 서비스회사를 바꾸지 않겠다는 약정조건을 붙인 뒤 보조금을 지급해 3G 아이폰을 199달러에 팔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3G 아이폰 8기가바이트(GB) 가격이 3만1000루피(637달러)에 달해 미국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이는 인도에선 법적으로 한 통신사가 특정 휴대폰을 독점 계약하는 것이 불가능해 이통사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일본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MM리서치는 지난 두 달간 일본 내 애플 아이폰 판매량은 20만대에 육박했으나 최근 수요가 줄어 총 판매량이 당초 예상했던 100만대의 절반인 5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간 5000만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 중 하나인 일본에서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의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반면 일본 샤프의 점유율은 25%에 달할 정도로 토종 업체가 강세다.

3G 아이폰의 경우 일본인들에게 어필할 만한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본 휴대폰업체들은 이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디지털TV 시청·위성 내비게이션 서비스·MP3 외에도 휴대폰을 직불카드나 기차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칩까지 보유한 휴대폰을 판매해 왔다.

수년 전부터 휴대폰에서 3세대 인터넷을 즐겨온 일본인들에게 애플이 내세운 '3세대 무선 네트워크'는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

MM리서치의 아이메 요코타 애널리스트는 "일본인들이 무선으로 e메일을 보낼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그림문자인 '에모지'가 아이폰에는 없다"며 "이는 작은 부분이지만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말했다.

DMB를 시청할 수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가격도 걸림돌이다. 일본의 아이폰 공급업체인 소프트뱅크는 16기가 아이폰을 320∼540달러에 판매해 미국에 비해 비싸다.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애플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진척이 거의 없는 상태다. 한국에서도 KTF를 통해 애플의 아이폰이 곧 출시된다는 소문만 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가격 정책과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