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으로 인한 관광중단 사태가 남북 당국간 갈등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채 11일로 두 달째에 접어듦에 따라 현대아산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10일 현대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중단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연내 재개가 사실상 힘들어지자 임원 교체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2단계 비상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인력 감축이라는 3단계 비상경영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인력의 재택 근무와 금강산 잔류 인력 최소화 그리고 수익 사업 부문에 전환 배치 등을 통해 인력과 조직의 효율화로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이 두달을 넘은 것은 지난 2003년 4월 북측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60여일 동안 금강산 관광을 금지한 이래 처음이어서 현대아산으로선 관광 중단 장기화에 따른 영업 손실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다.

◇비상경영 강화..재택근무 도입 =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중단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9월 중순에 이르도록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 금강산 사고에 대해 현대아산의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고 경찰도 수사에 나서 현대아산으로선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이같은 상황 극복을 위해 현대아산은 최근 임원진 전격 교체와 조직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과 이강연 부사장, 임태빈 전무 등 경영진과 이종건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통일부 차관 출신의 조건식 사장이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조건식 사장은 취임 후 곧바로 개발사업단장 직제를 폐지하고 기존 기획실과 경영지원본부를 통합했으며, 본부장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해 업무의 신속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또한 고성 사무소는 3교대로 운영하면서 재택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금강산에는 25명의 필수인력을 유지하면서 20일마다 교체를 하고 귀환한 인력은 재택 근무를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개성 관광과 건설 부문에 유휴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등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를 통해 난국을 타개하기로해 별도의 인원 감축은 없는 상태다.

현대아산측은 "조건식 사장이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부터 줄이는 것을 옳지 못하며 이럴수록 같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이겨나가야 한다며 올해까지 별다른 인원 구조 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수익원을 찾아라'..건설 부문에 집중 = 현대아산의 사업구조는 크게 대북관광과 건설 부문으로 나눠지는데 주력 사업인 관광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 건설 부문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과 개성 등 관광사업이 매출의 45%, 건설 부문이 45%, 임대 수입 등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관광사업은 금강산의 비중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금강산 관광은 두달 동안 중단으로 예약 취소에 따른 기회 비용 상실만 300여억원 달하며 9월부터 10월까지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정 손실액이 400억-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현대아산은 추정하고 있다.

개성관광 또한 수익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개성은 관광객들이 매일 400-500여명씩 찾았지만 금강산 사태 이후 200-3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환율이 1천100원대로 상승하면서 북측에 지급할 관광 대가마저 커져 현대아산은 울상이다.

현대아산은 북측에 개성 관광 대가로 1인당 100달러씩 지급하고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성 관광이 100여명에 불과한 날도 있는데 이 관광을 위해 투입되는 현대아산측 인원은 50여명에 달해 관광객 2명당 1명이 안내하는 셈으로 인건비도 못 건지고 있다.

현대아산은 자구책으로 9월 개성 관광의 경우 성인과 대학생에 한해 관광요금을 평일 1만원씩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아산은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대북 관광객을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고환율로 인해 40여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을 정도여서 환율이 급등한 하반기 사정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수시로 건설 부문 수익 강화를 위해 회의를 열고 있으며 특히 민간 및 관급 시설 공사 수주를 확대해 수익을 늘린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현대아산은 상반기까지 군내-고군 도로확장공사, 서부트럭터미널앞 지하차도 건설공사, 인천청라지구 특수구조물 건설공사를 수주했으며 하반기에도 공공분야 공사 수주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또한 양평 콘도미니엄, 인천공항물류창고, 엘리베이터 초고속테스트타워 등 민간 수주 공사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강산 사태 해결 '묘연' = 이같은 경영 어려움 속에 관료 출신인 조건식 사장의 취임으로 현대아산이 금강산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간 중재자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조건식 사장이 현대아산 최고경영자가 된데다 북측 또한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외화벌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대화를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과 친분이 두터운 윤만준 전 사장 또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경제연구원 상임고문으로 가 있어 북측의 요청에 따라 조건식 사장과 함께 중재 역할이 가능하다.

아울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또한 다양한 대화 채널 확보를 위해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아산은 금강산 사태가 남북 당국간의 문제로 확대돼 일개 기업이 나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이미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는 남북 당국간의 대화 자체가 중단된 상태라 일개 기업이 나설 상황이 아니며 금강산 사태는 남북 당국자간에 만나서 직접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