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액만 따져 '부자들을 위한 감세' 주장은 억지

[Cover Story] 열심히 돈 벌어 세금도 잘 내고…그러나 무거운 세금은 경제에 독약
소득세는 총수입에서 각종 공제 항목(가족 수에 따른 기본공제 및 의료비 교육비 등 특별공제) 금액을 제한 나머지를 과세표준(이하 과표:세금을 매기는 소득)으로 해서 금액이 많을수록 점점 더 무거운 세율을 매기는 누진세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과표 1200만원 이하 구간에는 소득의 8%를 세금으로 매기고 △1200만~4600만원 17% △4600만~8800만원 26% 등 단계적으로 세율을 올려 나가다 8800만원을 넘는 구간에 이르러서는 35%의 고(高)세율을 적용한다.

물론 1억원의 소득을 올린 사람이 3500만원(35%)을 세금으로 내는 것은 아니다.

1억원 중에서 부양 가족 공제, 의료비 공제 등을 모두 제하고 남은 돈이 9000만원이라고 하자.

이 9000만원에 35%를 곱하는 것도 아니다.

9000만원 중 처음 1200만원까지는 8%의 세금을 매기고 다음 4600만원까지의 3400만원에 대해서는 17%, 다음 8800만원까지의 4200만원에 대해서는 26%, 그리고 최종적으로 초과분 200만원에 대해 35%의 세율을 매겨 세금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선생님들에게 여쭈어 보자)

어떻든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감세안에서 소득세율을 앞으로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1%포인트씩 낮춰 △과표 1200만원 이하 6% △1200만~4600만원 15% △4600만~8800만원 24% △8800만원 초과 33%로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세제상 유리하도록 가족 수에 관계없이 적용하는 근로소득 공제는 줄이고, 가족 한 명당 100만원씩 해주던 기본공제를 150만원까지 늘렸다.

⊙ 부자들을 위한 감세?

기본적인 공제만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연봉이 2000만원인 4인 가족의 가장은 현재 소득세가 10만원이지만 2010년에는 5만원으로 50% 줄어든다.

1억원 연봉의 4인 가족은 1351만원에서 1179만원으로 12.7% 감소하게 된다.

최고세율과 최저세율을 똑같이 2%포인트씩 덜어냄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세금 감소율이 더 커진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소득세 감소액을 단순 계산해 "저소득층은 고작 5만원 줄여주면서 고소득층은 172만원이나 깎아줬다"며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공세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감세의 결과를 따져 보면 이 같은 주장에도 과장이 많다.

연봉 1억원은 저소득 2000만원보다 5배 많은 액수지만 세금은 1179만원으로 2000만원 소득자가 내는 5만원의 236배에 이른다.

즉 이미 소득격차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로 세금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에 세금 감소율이 더 낮은데도 줄어드는 액수가 많아진 것 뿐이다.

감소액을 단순 계산해 부유층 소득세를 더 많이 깎아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2006년 기준으로 총소득보다 각종 공제 및 감면이 더 많아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의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47.4%에 이른다.

일부에서는 이들 저소득층이 소득세율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감세 정책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지도 않는 세금을 깎아줄 방법은 없다.

⊙ 가혹한 세금은 내수 위축 초래

고소득층에 대해 심리적,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혹하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국민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경제학에서는 정부가 쓰는 돈이 일반적으로 가계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지출과 비교했을 때 효율이 떨어지고 전후방 생산 유발 효과도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세금은 정부가 민간 부문으로부터 그냥 가져다 쓰는 돈이다.

정부가 더 쓰는 만큼 민간에서 덜 쓰게 된다는 얘기여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장률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세금이 부유층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도 문제다.

경제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파레토 법칙은 소득 상위 20%가 전체 생산과 소비의 80%를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고소득층의 소비 위축으로 자칫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영국 속담처럼 세금으로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는 좋은 뜻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감세로 민간 활력 되살려야

반대로 과감한 감세 정책은 죽었던 민간의 활력을 되살려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경우가 많았다.

1980년대 미국과 영국의 경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마거릿 대처 총리 이전 영국은 노동당 정부가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명분에서 세금을 더 많이 걷으면서 경제가 파탄나고 양극화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영국을 수렁에서 건져낸 것은 바로 대처 정권의 감세 정책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이었다.

과감한 시장주의 개혁을 추구한 '레이거노믹스'가 미국을 장기 침체에서 구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년간 참여정부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을 위해 쓰는 분배 정책을 주로 펼쳤다.

결국 공공부문만 비대화됐을 뿐 경제 성장은 둔화되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기만 한 경험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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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내리면 나라 '곡간'빌까?

기업 투자늘어 경기 진작…되레 세수 증대

[Cover Story] 열심히 돈 벌어 세금도 잘 내고…그러나 무거운 세금은 경제에 독약
지난해 법인세 총액은 34조원이었다. 2006년(29조3000억원)에 비해 16% 늘었다.

올해도 이보다 6% 이상 증가한 36조원의 법인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세금 징수액이 갈수록 불어났기에 세율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만 내려도 1조5000억원의 항구적인 세수 감소가 생기는데 나중에 다시 올리기도 힘든 세율을 섣불리 건드릴 수 없다"며 감세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과표 2억원 이상 구간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0%까지 내리기로 했다.

2억원 미만에 대해서도 13%의 세율을 올해부터 당장 시작해 2010년까지 2단계에 걸쳐 10%까지 낮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세율 인하로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하가 2~3년의 시차를 두고 결국 세수 증대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왜 그럴까.

한상곤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세율 인하로 세수가 감소한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로 세율 인하는 기업 투자 확대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로 이어져 오히려 세수가 증대되는 것이 통계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 2005년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내렸더니 이듬해엔 법인세가 5000억원 줄었지만 2년 뒤엔 다시 4조6000억원 늘었다.

2002년 1%포인트 인하 때 역시 2004년까지는 세수가 주춤하다 2005년에 와서 다시 큰 폭(20%)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세율 인하와 세수 증대의 '지체 상관관계'로 분석하고 있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효과는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며 "법인세 인하는 기대 수익률을 높여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그로 인해 경기가 좋아지면 결국 세수가 전보다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