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밝힌 새로운 60년의 비전이다. 녹색성장이야말로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자,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란 메시지다. 삼성 현대ㆍ기아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속속 '녹색 경영'을 표방하며 화답하고 나섰다. 일과성 캠페인을 뛰어 넘어 에너지 효율화를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태양전지 연료전지 풍력 등 그린 비즈니스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은 그린 비즈니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았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에버랜드 등 3개 계열사를 태양광 사업을 이끌 주력 회사로 선정했다. 태양광을 만드는 과정이 LCD(액정표시장치) 공정과 비슷해 이미 확보해둔 기술만 활용하더라도 단기간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삼성전자는 경영,제품개발,공정,사업장,지역사회 등을 아우르는 5대 녹색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휴대폰,LED(발광다이오) 광원을 사용한 모니터,친환경 냉매를 활용한 시스템 에어컨 등이 모두 친환경 경영의 산물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경영에 가장 먼저 화답한 그룹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친환경 경영은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현대ㆍ기아차는 저탄소 친환경 그린카를 개발하기 위해 핵심부품과 원천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내년 7월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 차량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서둘러 정부의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정책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현대ㆍ기아차가 환경경영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핵심과제는 △기후변화 대응 △자원순환체제 구축 △대기오염물질 저감 △유해물질 저감△환경경영체제 구축 등 5가지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저탄소 친환경 차량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핵심부품과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술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그룹 역시 태양광발전 등 에너지와 관련된 친환경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고유가 등으로 태양광 발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이다. LG그룹은 지난 3일부터 충남 태안 LG 태양광 발전소를 본격 가동시켰다. 지주회사인 ㈜LG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LG솔라에너지가 운영하는 발전소다. 여기서 8000가구가 쓸 수 있는 연간 19GW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LG전자는 지난 4월 태양전지 셀과 모듈 사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LG화학도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셀의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2010년부터 양산키로 했다.

SK는 녹색경영을 위해 최근 '그린에너지' 프로젝트를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SK에너지는 환경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사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했고,SK텔레콤은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SKC는 친환경 필름소재를 개발했고,SK네트웍스는 식물성 플라스틱용품을 실용화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실제 경영 성과로 연결시키고 있다.

포스코는 조업 중 발생한 부산물의 98.7%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등 자원 재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광양제철소 냉연강판 공장 지붕에 설치해 상업용 발전을 시작한 것도 친환경 경영의 일환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마인드를 갖추고 그린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 된 방향"이라며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그린 비즈니스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선 상당한 연구개발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