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실무 조건식 전 차관 현대아산 대표이사로 영입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달 11일 금강산사업 중단 이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북 관광사업의 경색국면을 풀기 위해 관료 출신 대북 전문가를 현대아산 사장으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실시했다.

현대그룹은 28일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과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내며 '햇볕정책'의 실무를 담당했던 조건식 전 통일부 차관을 현대아산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윤만준 전 사장은 현대경제연구원 상근고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인사는 교착상태에 빠진 대북사업을 정면돌파하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현대그룹 측은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진척이 없자 사장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금강산 피격사건 이후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북측이 더욱 강경하게 나와 현대그룹으로선 곤혹스러웠다"며 "표류하는 대북사업을 추스르기 위해 결단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윤 전 사장을 두 차례 북한에 보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현정은 회장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한 윤 전 사장의 방북이 허무하게 결론나자 지난 정부의 대북전문가를 영입,돌파구 찾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아산의 관광객 보호 및 통제 소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현 경영진을 그대로 두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현대아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윤 사장과 개성사업단장인 이강연 부사장,이종관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임태빈 전무 등 4명을 해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현 회장은 사장 교체를 염두에 두고 지난달부터 인선작업에 들어갔고,지인들을 통해 2004년 차관직을 끝으로 공직을 떠나 한림대에서 객원교수로 지내면서도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해 온 조 사장을 추천받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식 신임 사장은 통일부 차관 시절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설립작업에 참여하는 등 대북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공직을 떠난 뒤에도 남북나눔운동을 벌이는 대북지원민간단체인 북민협 등을 통해 북한지원사업에 참여해 왔다. 이날 이사회 이후 기자와 만난 조 사장은 "최근 민간단체와 북한을 닷새 동안 다녀왔는데 북측도 이번 금강산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며 "지난 공직생활 동안 얻은 지혜는 아무리 어려워보이는 사태도 (양측이 노력하면) 반드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당장 북한 방문 계획은 없지만 회사업무를 파악한 뒤 필요하면 북한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