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은 이번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사장은 사건 발생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내부 의견에 따라 사임을 유보하고 사건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총지휘, 사건 발생 다음날과 고(故) 정몽헌 회장 기일 등에 두 차례 방북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어 이달 중순 경찰 중간 수사발표에서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위한 현대아산의 관리가 전반적으로 소홀했으며 사건 직후 금강산사업소 총소장' 출입금지 경계에 경고표지판을 부착하고 부하 직원에게 '원래부터 있었다고 말하라'고 지시하는 등 진실은폐를 시도했다고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현대아산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으로 내몰림에 따라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사건 발생 후 한달 반이 지나도록 사태 해결에 대한 기미는 보이 않고 남북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서 현대아산으로서 더 이상 손쓸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 점도 윤 사장을 비롯한 현대아산 경영진의 물갈이 배경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금강산 관광 장기중단과 남북관계 경색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현대아산이 새로운 경영진을 통해 새 사업 추진 등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윤 사장과 함께 개성사업단장인 이강연 부사장, 관리지원본부장인 임태빈 전무,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인 이종관 상무 등 이번 사건과 관련된 책임자들이 사임했다.

그러나 1998년부터 남북경협사업단 전무로 현대아산에 참여한 대북사업 '배테랑'인 윤 사장을 비롯해 그동안 이 사업을 담당했던 임원진들이 대폭 물갈이가 됨에 따라 앞으로 대북사업에 적잖이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건식 통일부 전 차관은 통일원 교류협력국장, 대통령 통일비서관, 통일부 차관 등을 역임했고 차관 시절에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설립작업에 참여하는 등 대북관계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조 대표이사는 이러한 관료 출신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나 최근 "북한 주민과 정권을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며 "남북경협 등 대규모 재정 지원사업도 서두르지 말고 북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다소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띠고 있어 대북사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