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주주들이 25일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 안건을 승인했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지주 체제로 탈바꿈하기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최종 관문을 통과하려면 매수청구권 행사 주식 수가 '발행 주식의 15% 이하'여야 한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등 주주들을 설득해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황 회장 내정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면 은행 비은행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주가 움직임이 최대 변수

이날 국민은행 주총에서 지주사 전환 안건은 출석 주식 3분의 2,발행 주식 3분의1 이상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출석 주식은 53.8%(1억8111만여주)였으며 이 가운데 89.3%가 지주사 전환에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고 국민은행은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국민은행이 지주사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은 26일부터 9월4일까지인 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식이 발행 주식의 15%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아놓은 상태다.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는 7월30일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주총 이전에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한 경우다. 이 때문에 사전 반대 의사를 표시한 주식의 비율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국민은행은 이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발표나 공시 의무가 없고 이제까지 공개한 사례가 없었으며 민감한 사안이기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선 국민은행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사전 반대 의사 표시 비율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황 회장 내정자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6만3293원이지만 이날 국민은행 종가는 5만7300원으로 10%가량 낮다. 국민은행은 증권회사를 통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면 9월4일보다 이틀 앞선 2일까지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5년 내 글로벌 50위로 도약"

황 회장 내정자는 "한국의 대표 금융회사로 만들테니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주 체제로 전환하면 적극적인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은행과 비은행 가릴 것 없이 M&A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주사 전환 후 5년 내에 자산 기준으로 아시아 10위,글로벌 50위 금융그룹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강 행장도 "정부의 금융공기업 민영화 계획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M&A 물결이 거세지기 시작했다"며 "국민은행도 경쟁자 대비 우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선도의 금융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M&A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상품 교차 판매와 복합상품 개발 등이 가능하며 각종 정책이 금융지주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에서 획기적 도약을 준비하는 국민은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