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주인과 산책을 하는 강아지와도 같다"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유명한 말이다. 실물경제와 주가의 관계를 산책 중인 주인과 강아지에 빗댄 것으로 강아지(주가)는 주인(실물경제)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결국 길게 보면 주인이 가는 길을 따른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갈파한,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빛을 발하는 명언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돌파하며 한국 증시의 레벨업을 기대하게 했던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영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고유가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약세이기는 하지만 이렇다 할 힘 한번 써보지 못하는 코스피지수가 향후 어떤 움직임을 나타낼지는 모두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주가가 바닥을 확인했으니 곧 재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반등을 하더라도 단기에 그칠 뿐 증시는 장기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코스톨라니의 법칙을 한국 증시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경상수지를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지표로 삼아 최근 20년간 코스피지수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아주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이 기간 중 코스피지수는 경상수지의 움직임을 때로는 거의 시차없이,때로는 1~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거의 정확하게 따라왔다.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커지면 주가도 크게 상승했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경상수지라는 주인과 산책하는 강아지처럼 움직여 왔다는 얘기다.

특히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에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면서코스피지수는 1998년말 526.46 포인트에서 지난해말에는 1897.13 포인트로 3배 넘게 뛰어 올랐다.

경상수지와 코스피지수 간 동조현상은 그러나 2005년부터 다소 약해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05년부터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 주가는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코스톨라니의 비유를 적용하면 강아지가 주인으로부터 매년 더 멀리 떨어지는 상황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셈이다. 문제는 올해다. 상반기에만 5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경상수지는 연말까지는 적자 폭이 100억달러 가까이 확대되며 1997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 반전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20년 중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낸 해는 1990~1992년, 1994~1997년까지 모두 7년간으로 이 중 199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가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유독 약세를 보인 데는 글로벌 증시 약세 외에 경상수지 적자 반전이라는 또 다른 요인도 큰 작용을 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과거 통계에 비춰보면 올해 주가는 약세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은 변하는 것이고 아무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주인에게서 멀어진 강아지가 다시 주인 곁으로 돌아올지,아니면 아예 주인 곁을 떠나 새 삶을 찾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