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독도 스트레스
기자가 방문한 몇몇 한국대사의 관저 모습이다. 10년도 더 전에 방문한 곳도 있고 7,8년전 일도 있으니 지금은 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외교란 게 잘 변하지 않으니까.
내심 "이래서 외교관,외교관 하는군"하는 일말의 놀라움과 "이게 모두 국민세금인데…"라는 일종의 경계심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대사관저를 방문할 때는 한국의 국력에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었다. 특정국가로 파견된 한 나라의 대표가 바로 대사 아닌가. 그런 대사가 국익을 위한 외교활동을 벌이면서 생활도 하는 곳이 관저다.
말이 간단해 국익이지,안보와 선린우호,통상과 산업,문화예술과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개방된 이 지구촌 시대에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분야는 없다. 국경은 갈수록 낮아지고,그만큼 이해충돌 요인은 늘어난다. 놀러 가든 살러 가든 해외로 나가는 국민은 또 얼마나 많은가. 협상은 협상대로,이들의 안전은 안전대로 365일 신경써야 하는 게 대사이고 그 아래 외교관들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네 일상풍경과는 달라도 한참 달라보이는 대사관저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이성적으로 보고 편견도 없애려 이렇게 생각해본다. '막중한 일 하는데 단지 겉만 보고 시비한다면 소인배 아닌가. 더구나 한국도 이젠 세계 10위권 경제를 목전에 둔 강소국이다. 1970년대 이전, 값쌀 때 구입했다면 차익도 많이 난-물론 장부상 이익이지만- 우리의 국가자산 아닌가. 간혹 값비싼 포도주를 과도하게 구입해 예산낭비했다는 식의 감사원 지적도 없지 않지만 설마 불요불급한 데야 돈 쓰겠나. 타국 외교관들에게 우리 수준도 좀 보여줘야지. 실무급 고생은 또 어떻고…'
독도문제, 금강산문제로 국민 모두가 돈으로는 계산할 수도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요즘이다. '망신외교' 논란으로 절망감도 크다. 군함과 전투기 없이도 독도를 지키는 게 외교다. 국가경제가 어렵지만, 국토가 관련된 일이라면 비용이 문제이랴.대사관과 관저를 더 거창하게 짓고 외교부 조직을 키운 들 어떤가. 단,주어진 소임을 정말 제대로 해 낸다면,그래서 국민의 좌절감을 덜어주고 '외교 스트레스'를 예방할 수만 있다면.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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