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매각 지연땐 20억弗 소송" 서한보내

외환은행 소유주인 론스타펀드가 7월 중순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 우리 정부 측 고위 관계자들에게 외환은행 매각 승인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국내외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승인절차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론스타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론스타 측과 계속 연락을 해 왔고,7월 말로 계약이 종료되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에 대해 정부의 승인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한다는 의사를 제시했었다"고 30일 밝혔다.

론스타 측의 서한은 지난 10일에서 15일 사이에 정부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서한에서 "한국 정부의 승인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HSBC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파기할 계획이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는 매각 지연의 손해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을 제기하고 국제 소송도 병행할 것"이라고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는 서한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우리 정부의 승인절차 불이행에 따른 손해액을 20억달러 규모라고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금액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내부 추정액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서한을 접수한 후 지난 21일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외환은행 매각 승인 검토 착수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는 당장 심의를 시작해 결론을 내자는 주장이 적지 않았지만 부처 간 입장차가 커 심의에 착수하되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결론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심사 착수 결정과 관련,"계약 만료를 앞두고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부작위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었다"고 말해 론스타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의사가 이번 결정에 크게 고려됐음을 시사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