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경쟁을 벌여온 신용카드 업계가 하반기 들어 긴축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기존의 영업 확대 전략을 전면 수정해 비용 절감,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보수적 경영 전략으로 돌아섰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연체도 늘어나고 있다. 또 고물가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카드채 금리가 급등해 자금 조달 비용도 크게 비싸졌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번 주부터 신용카드 사업의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을 종전 100점에서 80점으로 낮췄다. 실적 평가에서 신용카드 부문의 비중을 낮춤으로써 직원들이 과도한 영업활동에 나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우리은행은 또 그간 전 가맹점에서 해 왔던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도 최근 들어 백화점 할인점 병원 등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박영호 우리은행 카드사업본부장(부행장)은 "앞으로는 모든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수익성을 가장 먼저 고려하겠다"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가입 회원 수가 적고 수익이 적은 카드는 발급을 중단하는 등 상품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 하반기 1인당 생산성 5% 향상을 목표로 모집 비용을 줄이고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를 일부 줄이는 카드사도 늘고 있다. 신한카드는 그간 모든 회원에게 적용되던 액세서리 브랜드 액세서라이즈와 외식업체 불고기브라더스의 할인 혜택을 러브카드와 레이디카드 등 일부 회원에게만 제공키로 했다.

삼성카드는 적자구조로 돌아선 상품은 가격 체계를 조정하고 고객 신용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이 적고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가 서비스는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의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대출 경쟁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카드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기준이 되는 카드채 금리(1년물 AA0 등급)가 올 들어 오름세를 지속,지난 29일 연 6.89%를 기록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이 최저 연 7%,카드론 금리가 최저 연 9%대인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