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중국 대지진, 희생자 너무 많고 경제 충격도!
중국이 2008베이징올림픽 개최를 불과 석 달 앞두고 대지진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1월 남부지역 폭설과 3월 티베트 사태, 이달 초 어린이 장바이러스 감염 확산 등 온갖 악재가 이어진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중국 정부와 국민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

이번 지진은 지난 12일 오후 2시28분(한국시간 3시28분)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북서쪽으로 92㎞ 떨어진 원촨(汶川)현 지하 10㎞에서 리히터 규모 7.8 강도로 일어났다.

리히터 규모 7.8은 건물 기초가 무너지고 지표면이 균열되며, 지하 매설관이 파괴되는 수준의 상당히 강한 지진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5일 현재 공식 집계된 사망자 수가 1만4866명, 실종자 1만4051명이며 약 3만여명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는 8월8일 개막되는 베이징 올림픽을 88일 앞두고 중국 지도부의 개최 의지를 시험이라도 하듯 벌어진 자연재해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최대한 빨리,다친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지역 인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65세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진 발생 4시간여 만에 특별기 편으로 쓰촨성으로 날아가 구조 활동을 진두지휘 중이다.

특히 지진으로 무너진 집에서 부모를 잃고 혼자 우는 여자 아이를 붙들고 달래며 눈물을 흘리는 원 총리의 모습은 중국 국민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이번 쓰촨성 대지진 참사는 미얀마 사이클론 사태와 함께 세계 전역에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지진이 일어난 쓰촨성이 중국에서 손꼽히는 곡창지대인 데다 세계 주요 아연 생산지라서 원자재 시장에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은 국제 곡물가격 급등을 야기,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란 걱정도 나오고 있다.

쓰촨성은 서부지역의 곡창지대로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곡물 생산량이 3위며 벼 생산은 10%를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중국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육류와 곡물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 옥수수와 콩 등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중국 정부의 농산물 수출억제책이 세계 곡물가격 급등을 부추겼는데 이번 지진사태가 이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대지진 영향으로 국제 아연값이 폭등했다.

지진이 발생한 쓰촨성 및 인근 지역 아연공장의 생산 중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3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아연 3개월 선물가격은 t당 120.0달러(5.19%) 오른 231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연 현물가격도 t당 130.50달러(5.70%) 상승한 2289.50달러를 기록했다.

지진 영향을 받은 쓰촨성과 간쑤성,산시성 등 3개 성의 아연 생산량은 지난해 77만2902t으로 중국 내 전체 아연 생산의 20.8%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안전 확보를 이유로 이들 3개성의 50만t에 달하는 아연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시켰다.

대지진은 중국의 천연가스 수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쓰촨성은 중국 천연가스 매장량의 40%,생산량의 22%를 차지한다.

중국은 최근 천연가스 소비가 늘면서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을 늘려온 터라 국제 LNG 가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Global Issue] 중국 대지진, 희생자 너무 많고 경제 충격도!
중국 빈부격차의 심각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지역간 불균형,인프라 건설 과정에서의 부패가 쓰촨성의 지진 피해를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대도시 건물은 비교적 안전하게 지어진 반면 도시로 변모 중인 시골지역 건물은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건설되면서 소규모 현 등에 지진 피해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앙지로부터 92㎞ 떨어진 쓰촨성 성도(省都) 청두시에서는 사망자가 수십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물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진앙지로부터 160㎞ 떨어진 베이촨(北川) 현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학교 건물이 내려앉아 1000명이 매몰되고 건물 80% 이상이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 참사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과거와는 달리 신속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중국이 과거 자연재난 발생 당시 보였던 폐쇄적 태도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976년 24만명의 희생자를 낸 탕산(唐山) 대지진 때 중국 지도부는 지진 피해를 무시하면서 외부 지원조차도 거절했고 2003년 사스(SARS) 파동 때도 피해 규모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이번 쓰촨성 대지진에서 중국 지도부의 대처는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그간 부정적 뉴스에 주저하던 중국 관영 매체도 이번은 달랐다.

관영 CCTV는 실시간으로 재난 방송을 내보며 유혈이 낭자한 희생자들과 울부짖는 가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티베트 시위 사태 당시 철저한 보도 통제로 외신들이 목격자 증언에만 겨우 의존했던 것과는 다르다.

실시간 속보를 쏟아내고 있는 관영 신화통신은 피해상황에 대해 혼선을 초래할 정도로 과열 보도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인민해방군이 도로 붕괴와 악천후로 고립무원이 된 원촨 지구에 200㎞의 산악행군으로 도착한 모습에선 인민해방군의 모태가 된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도 나온다.

모금 운동을 통한 중국인들의 단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청룽(成龍) 류더화(劉德華) 등 연예인들과 야오밍(姚明) 등 스포츠 스타들이 모금에 앞장서고 기업인의 거액 기부금 등으로 국민적 모금 분위기가 조성됐고 중국 전역의 헌혈 장소에는 시민과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카트리나 태풍 피해시의 미국 정부보다 더 잘 대처한다면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서구스타일의 민주체제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좋은 정부라는 주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