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천안문광장에는 중국 전역에서 몰려온 수백만명의 젊은 학생들이 연일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집회와 선전활동에 열렬히 참가하는 한편 지식인을 비롯한 기성세대를 구시대적 문화잔재로 공격하고 청산하는 데 앞장섰고 이로 인해 수십만명이 희생됐다.

2008년 4월27일 서울시내는 오성홍기를 몸에 감은 일단의 중국청년들로 일시 점령됐다.

이들은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에게 "중국은 위대하다" "죽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모래와 자갈을 채운 음료수 병이나 돌을 던지고 심지어 이를 저지하는 한국 경찰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렀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서울시청 앞과 청계천변은 1만개의 촛불로 뒤덮였다.

참가자의 약 60%가 중.고교생인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와 그 제품을 먹는 한국인은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입 금지를 요구했다.

홍위병과 성화 봉송 시위의 펀칭(憤靑.분노한 중국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 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째,맹목성과 비합리성이다.

이들은 냉정한 이성적 판단을 거부하고 감성에 의해 움직인다.

즉 자기 것에 대한 맹목적 사랑이 행동의 원천이다.

둘째,집단적 편집증이다.

개인으로는 이성적 분별을 이길 수 없으므로 집단으로 모여 내편과 적을 갈라놓는다.

우리끼리 한편이라는 집단감각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셋째,젊은 집단이다.

아직 세상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젊은이들이 감성에 따라 쉽게 움직인다.

넷째,누군가가 뒤에 있다.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생각하지만 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이 조용히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배타적 민족주의 내지 국수주의에서 비롯된 집단행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쇠고기 수입저지 운동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약간 이런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우선 반대가 거의 맹목적이다.

광우병에 대한 국제기준은 강대국 이해에 따라 정해지는 쓸모없는 것으로 폄하한다.

그러면서 실증적 사례도 없는 가설을 내세우며 반대한다.

내 것은 좋고 옳으며 네 것은 믿을 수 없으니 틀렸다는 비이성적 태도다.

그리고 이런 국수주의적 태도가 일부 연예인의 발언과 인터넷의 확장성과 결합해 젊은이들을 더욱 감성적으로 접근하도록 만들고 있다.

내 것을 사랑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국수주의로 흐르는 건 경계해야 한다.

국수주의는 자유무역의 경제원리는 물론 민주주의라는 일반원칙에도 위배된다.

어느 나라 역사를 돌아봐도 발전의 원동력은 폐쇄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개방과 교류였다.

개방과 교류는 우리에게 더 넓은 선택과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내 것과 남의 것을 비교해 더 좋은 것을 취하고 내 취약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더 넓어지고 강해진다.

정보와 지식이 요즘처럼 빠르게 퍼지는 환경에서는 전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과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이 제대로 해야 한다.

최근 일부 방송매체의 뉴스를 보면 사실(fact)과 함께 "뭐가 요구된다"는 식으로 의견(opinion)까지 덧붙여져 뉴스인지 해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뉴스시간에는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에 충실하는 상식이 회복됐으면 좋겠다.

또 학교 수업시간은 특성상 선생님이 주도하게 돼있다.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에게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는 성숙한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국민정서가 개입될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해 불필요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사회혼란을 의도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