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제

※ 아래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문제 1] 제시문 (나),(다) 각각의 입장에서 제시문 (가)의 밑줄 친 부분의 타당성을 검토하시오. (30점, 800자 내외)

[문제 2] 제시문 (가)에 나타난 세 가지 관점 가운데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한 가지를 적용하여 현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논의하시오.


아울러 그 관점을 선택한 근거와 그 관점을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한계를 밝히시오. (30점,800자 내외)

[문제 3] 제시문 (라)의 표는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아닌지에 따라 가깝게 느끼는 국가에 대한 응답의 분포가 다름을 보여준다.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쪽이 민족의식이 강하다고 가정하고,제시문 (가),(나)를 활용하여 제시문 (라)의 표를 해석하시오. (40점,1000자 내외)

[제시문 (가)]

민족의 정체성과 그 기원에 관해서는 근원주의와 상황주의라는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민족을 근원적인 성격을 가진 집단으로 본다.

이때 민족은 선천적인,그리고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핏줄로 이어지는 가족처럼,인간에게 본래 주어진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민족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민족을 유전적 선택 과정과 합목적성의 확장으로 간주하는 주장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인식,태도,감정의 문제로 본다.

개인의 상황이 변화하면 그의 집단 정체성이나 소속감도 변화할 것이다.

혹은 적어도 어떤 사람의 집단적 정체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민족적 정체성은 개인이나 집단들의 이해관계,정치 사회적 목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런데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우리는 민족 정체성을 역사적,상징적,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민족은 문화적 집단으로 이해된다.

하나의 민족은 종교,관습,언어 또는 제도와 같은 문화적 차이를 통해 다른 민족과 구별되고 기원 신화와 공유된 역사의 기억을 중요시한다.

언어,종교,관습 등은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속되거나 때로는 개인들을 제약하기도 하는 문화적 징표들이다.

이러한 문화적 징표들이 객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그것은 한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징표들은 또한 특수한 역사적 동인(動因)의 산물이기도 하다.

민족이 문화에 의해 정의된다는 말은, 문화의 요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형태가 변하더라도 세대들이 연속성의 느낌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것은 역사 속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과 시대에 대한 공유된 기억 및 그 집단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세대들이 갖는 공통 관념을 뜻한다.

즉, 민족의 정체성은 연속성에 대한 느낌,공유된 기억,집단의 운명에 대한 공통 관념 등 문화의 공통성에 의해 형성된다.

여기서 문제는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신화,상징,기억,가치들이 변형되는 가운데서도,어떻게 문화적 정체성이 여전히 한 민족의 구성원들을 다른 민족들로부터 분리시키고 구별 짓는 징표로 기능할 수 있는가이다.

[제시문 (나)]

이북(以北) 공산주의 한인(韓人)들이 이남(以南) 민주주의 한인들을 침략한 것이 단순한 내란(內亂)이라면 우리끼리 싸워서 남(南)이 이기거나 북(北)이 이기거나 국내에서 판결될 것인데,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이 우리를 도와서 우리와 같이 싸우는 것은 우리의 싸움이 단순한 내란이 아니고,강한 이웃나라가 뒤에 앉아서 이북 괴뢰군(傀儡軍)을 시켜 이남 민주 정부를 파괴한 후 무력으로 남북을 통일해서 저의 속국(屬國)을 만들자는 야심을 가지고 침략을 시작한 까닭에 민주세계에서 이와 같이 공분(公憤)을 느끼고 싸우게 된 것입니다.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버리고 삼천리 금수강산을 남의 주권 아래에 두며 민족을 다 노예로 만들어놓자는 것이 그 분자(分子)들의 목적이요,살인과 방화를 일삼아서 참으로 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말하기를 미국 백성으로 공산당된 사람은 미국 백성이 아니요,영국 백성으로 공산당된 사람은 영국 백성이 아니요,중국 사람으로 공산당된 사람은 중국 사람이 아니며,한인(韓人)으로 공산당된 사람은 한인의 대접을 받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공산주의 선동에 빠져 나라를 팔고 민족을 남의 노예로 만들려고 활동하는 분자들은 ……

[중략]…… 동족(同族)이라고 할 수 없고 또 인류라고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므로 ……

[하략]…… 공산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노예 되기를 감수하든지 우리의 자유와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변치 않고 싸우든지 하나를 택해야 될 형편이었던 것입니다.

[제시문 (다)]

자,보라.

현재 물산장려운동(物産奬勵運動)*의 사상적 도화수(導火手)가 된 것이 누구인가.

저들의 사회적 지위나 계급적 의식은 아무리 하여도 중산계급을 벗어나지 아니 하며 적어도 중산계급의 이익에 충실한 대변인인 지식계급이 아닌가.

또 솔선하여 물산장려운동의 실행적 선봉이 된 것도 중산계급이 아닌가.

실상을 말하면 노동자에게는 이제 새삼스럽게 물산장려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훌륭한 물산장려계급이다.

자본가·중산계급이 양복이나 비단옷을 입는 대신에 그들은 무명과 베옷을 입었고,저들 자본가가 위스키나 브랜디나 정종을 마시는 대신에 그들은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것은 저들 자본계급이 구실로 삼는 애국적이니 민족적이니 경제적 독립이니 하는 의미에서가 아니요,생활상 어쩔 수 없이 헐하고 좋지 못한 것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존속되는 이상 피착취계급인 노동자에게는 결코 그 이상의 것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만하면 물산장려운동이 중산계급의 운동임을 알 수 있지 아니한가.

그러면 이제부터는 물산장려를 주장하는 근거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생각해보자.물산장려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손으로 지은 물품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좀 더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외화(外貨) 배척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저들이 떠드는 구실을 빌려 말하면 우리의 생산기관을 발달케 하여 산업을 진흥시키며 생활의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란다.

……[중략]…… 그러나 '누구를 위하여''생산기관의 발달''산업의 진흥''생활의 경제적 독립'을 표방하는지 계급적 경계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략]……

실상 저들 자본가·중산계급이 외래의 자본주의적 침략에 위협을 당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경제적 복종관계의 엄연한 사실이,저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민족적이라는 좋은 말로 동족 안에 있는 착취, 피착취의 서로 반대되는 양극단의 계급적 의식을 엄폐해버리고,겉으로는 애국적이라는 의미에서 외화 배척을 말하는 것이며 속으로는 외래의 경제적 정복계급을 축출하고 자기들이 새로운 착취계급으로서 그들을 대신하려 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저들은 민족적,애국적이라는 감상적인 수사로써 눈물을 흘리며 자기들과 이해(利害)가 완전히 반대되는 노동계급의 지원을 갈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급적으로 자각한 노동자는 저들도 외래의 자본가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을 알며,따라서 저들 새로운 승냥이와 이리의 전략에 홀려 계급전선을 흐릿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산장려운동 ; 1920년대에 일제의 경제적 수탈에 항거하여 일어난 민족적 경제 자립운동으로 토산품(土産品) 애용과 조선인 상공업 후원 등을 도모하였다.

[제시문 (라)]

다음은 민족의식에 관한 설문조사에 사용된 두 개의 질문이다.

"귀하는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십니까?"

"귀하는 미국,일본,북한,중국 가운데 어느 국가를 가장 가깝게 느끼십니까?"

두 설문에 대한 조사 결과를 서로 교차시켜 다음의 표를 얻었다고 가정하자.

이 표에서 백분율은 각 행의 합이 100이 되도록 계산되었다.

(각각의 백분율은 반올림하여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총합은 100%와 다를 수도 있다) 표를 읽는 한 예를 들면,한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고 대답한 1227명 가운데 약 51%에 해당하는 620명은 미국을 가장 가까운 나라로 느낀다고 대답했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08학년도 연세대 정시 인문계 논술 문제

< 연세대 정시 인문계 논술 해제 >

⊙ 제시문 분석

학교 측에서 발표한 제시문 의도를 살펴보자.

제시문 (가)는 Anthony Smith의 National Identity에서 발췌하여 편집한 글이다.

이 글은 민족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세 가지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근원주의의 관점은 혈통이라는 인간의 선천적 조건에 주목하며,상황주의의 관점은 시대적 상황이나 역사적 조건에 따라 또 개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우연적이고 인위적인 조건을 강조하며,역사문화주의의 관점은 언어,종교,관습,역사 등과 같은 공유된 문화적 요인에 주목한다.

상황주의적 관점이 개인적 측면의 우연성을 강조한 반면,역사문화주의 관점은 집단화되어 내재된 요인들에 주목하고 있다.

제시문 (나)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연설문 및 담화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제시문 (나)의 핵심적 논지는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조건은 혈통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이며,따라서 같은 혈통을 지니고 있다고 반드시 같은 민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가운데 같은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들만이 같은 민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일으킨 공산주의자는 같은 민족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민족이라는 관점을 '혈통'에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런 관점을 부정한다.

요컨대 (나)에서는 이념적인 동질성과 공통성이 민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제시문 (다)는 1923년 3월20일 「동아일보」에 실린 이성태(李星泰)의'중산계급의 이기적 운동-사회주의자가 본 물산장려운동'의 일부다.

이 기고문은 민족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물산장려운동의 이면에는 계급이익이 놓여 있으며,따라서 민족의 범주가 계급적 이해관계에 의해 분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계급적 이익에 따라 수단화되거나 변형될 수 있음을 '물산장려운동'을 통해 분석하고 있는 글이다.

이 주장은 '민족'의 구체적인 개념을 도출하기보다 기존 통념의 이면을 분석함으로써 '민족'개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시문 (라)는 2006년 한국일반사회조사 (Korean General Social Survey)에 포함된 민족의식에 관한 두 가지 항목을 사용하여 만든 가상의 교차 분석표다.

이 표에서 설문으로 사용된 문항은 다음의 두 가지다.

"귀하는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십니까?"

"귀하는 미국,일본,북한,중국 가운데 어느 국가를 가장 가깝게 느끼십니까?"

민족의식이 강한 쪽과 약한 쪽 모두 선호하는 국가의 순위는 같지만 비중은 다르다.

미국이 1순위에 있다는 것은 정치적인 이념과 역사적인 원조,동맹 관계에 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반면 동일한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의 경우 과거 역사적 맥락에서 호감도가 낮다.

주목할 것은 북한에 대한 데이터인데,공통적으로 민족의식이 강할수록 '혈통'에 의한 북한과의 동질감을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호감 순서에 대한 분석과 민족의식의 강약에 따른 분석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제시문이다.

⊙ 논술 방향

☞[문제 1]은 민족을 구성하는데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적된 문화의 공유와 역사적 경험의 공유(제시문 가의 밑줄 친 부분)가 정치적 이념(제시문 나)이나 계급의 이해관계(제시문 다)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분석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다.

최근 들어 논술 문제에서 '~의 입장에서 비판하라, 검토하라, 설명하라' 유형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요약이 포함된 논증형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에서는 필수적으로 (나)와 (다)의 입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 때 단순한 내용의 요약이 아닌 관점의 요약이 필요하다.

'(나)와 (다)에 대한 입장 소개->(가)의 밑줄 친 부분 해석-> (나),(다)를 통한 적용' 의 3단계가 기본이다.

1번 문제의 경우 800자이기 때문에 굳이 서-본-결의 구조를 갖출 필요는 없다.

(나)의 입장은 제시문 분석에 나와 있듯이 근원적인 민족 개념을 부정하는 제시문이다.

중요한 민족의 기준으로 '정치적 이념'을 강조하고 있음을 찾아서 쓸 수 있어야 한다.

(다)의 입장은 마찬가지로 '계급의 이해관계'를 강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 검토'다.

'타당성'이 뭔가?

과연 이것이 정말 옳은지를 따져 보라는 얘기다.

따라서 출제진은 우리에게 '타당하다' 또는 '타당하지 않다'의 명확한 선을 요구하고 있다.

연대 측이 이 문제를 출제한 것은 '비판적 사고의 응용능력'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밑줄 친 부분의 한계를 제시문 (나)와 (다)를 이용해 입증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일반성을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논리의 과정과 추론이 적합하다면 얼마든지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

적어도 결과에 있어서는 제시문에 근거하고 보편적 기준에 충족된다면 비교적 넓은 재량이 인정된다.

우선 (나)의 입장에서 보자.

정치적 이념의 통일성을 민족의 기준으로 주창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우리는 문화의 공통성과 역사적 공통성을 기반으로 하는 밑줄 친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나)의 입장에서 (다)는 당연히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이념의 차이로 인해 우리는 많은 분쟁을 겪어 왔다.

따라서 무작정 문화의 공통성과 역사적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민족적 동질성을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정치적 이념의 기준을 문화적 공통성보다 상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다)의 입장이다.

계급의 이해관계는 민족적 범주를 분열시킨다고 했다.

제시문의 상황,그리고 오늘날 가속화되고 있는 사회의 빈부격차,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부재 등을 지적하는 것도 좋다.

이를 통해 민족적인 통일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계급을 통한 민족의식의 정당화가 지양되어야 한다.

(다)의 입장에서는 문화적,역사적 공통성에 기반한 민족개념이 때로는 계급을 분열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을 지적(이 때 적절한 예가 들어가면 좋다.

금모으기 운동도 좋다)할 수 있다.

따라서 (가)에서 말하는 '문화적 공통관념'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인 것일 뿐 이념과 계급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음을 논증하면 된다.

앤더슨(Anderson)에 따르면 민족은 '상상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즉 민족은 특정한 객관적인 조건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문제 2]는 제시문 (가)에서 나타난 민족 구성의 주요인들(혈통,공유된 문화,시대적 상황적 요인) 가운데 민족 정체성 형성에 가장 적합성이 큰 요인을 하나 선택하여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족 정체성의 형성을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다.

또한 이러한 관점을 채택하여 현실적 상황을 설명하는데 수반되는 한계도 동시에 밝히도록 요구한다.

우선 근원주의 입장에서 보자.

실제 우리는 아직도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공유하고 있는 민족이다.

우리의 유전적 형질과 외부로 발현되어 보여지는 외모 등을 통해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관점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계 외국인들의 경우를 설명하기 힘들다.

근원주의 입장에서는 민족과 국적을 같은 개념으로 혼동하기 쉽다.

말과 글,한국인에 대한 정체성,정서적 동질감이 거의 없는 해외동포 3∼4세를 같은 민족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더욱이 다민족,다문화,다인종 시대로 상징되는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도 과연 이런 관점이 적합할 수 있는가도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서술할 수 있다.

또한 근원주의는 지나친 민족 혈통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현재 외국인 출신의 한국 국적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나치게 소외시킬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세 관점 중에서 학생들의 선택이 가장 적었다.

이 주장을 사용해도 되지만,사실 가장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세밀한 논리를 준비해야만 한다.

상황주의 입장에서 보자.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인식,태도,감정의 문제로 보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개방주의 시대,세계화 시대에 민첩하게 민족의 개념을 정리할 수 있지만,지나치게 '민족'의 개념이 넓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각각의 상황과 태도,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민족'의 개념이 '다원화'되어 민족적 동질감과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라면 남한과 북한은 이미 같은 민족으로 볼 수가 없다.

특히 분단상태가 고착화되고 장기화될수록 상황주의 입장에서 북한은 한민족으로 포섭되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주의 입장은 우리 시대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구성원을 전체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다양한 정당과 이해관계,상황을 가지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한 민족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상황주의 관점은 민족 정체성을 지나치게 현실적,즉흥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적,상징적,문화적 관점이다.

우리는 공통의 역사를 학습하고 유물과 유적에서 한국인임을 느낀다.

무엇보다 '언어'라는 동질성은 상징적,문화적 관점에서 가장 적합한 것이다.

따라서 이쪽을 선택한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채점자 입장에서 어느 쪽을 선택했느냐는 점수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문화적 관점을 적용하여 다양한 사례와 예시들을 활용해서 '민족 정체성'에 대해 논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선택한 근거와 한계도 명확히 밝혀 주어야 점수를 얻는다.

근거는 역사적인 사례들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지만,한계는 뭐가 있을까?

해외 동포들을 생각하자.

조선족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우리와 문화적 역사적,상징적 관점에서 공통점이 적지 않다.

우리와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는 공통된 언어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조선족을 한 민족으로 볼 수 있는 것인가?

또 귀화 한국인들은 우리와 문화적인 일치감이 덜 하다고 하여 한 민족으로 볼 수 없는 것인가?

즉 이 관점 역시 민족에 대한 기준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 3]은 한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여부에 따라 가장 가깝게 느끼는 국가(미국,북한,일본,중국 가운데 선택)를 선택함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토하고,그 차이가 나타난 이유를 민족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인들(가령,혈통,문화,역사,언어 등)과 민족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정치적 이념)에 근거하여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다.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쪽이 민족의식이 강하다'라는 가정 아래 (가)와 (나)를 활용해서 (라)<표>를 분석 및 해석하라는 문제다.

<표>를 보면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자랑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 미국을 가장 가깝게 느끼고 있다.

오히려 '자랑스럽지 않다'는 쪽에서 가깝다고 느끼는 비율이 13%나 높다.

이는 근원주의 및 정치적 이념에 바탕을 둔 관점의 결과로 보인다.

똑같이 두 번째로 가깝게 여기는 나라가 북한이지만 '자랑스럽다'에서 그 비율이 3% 높게 나타난다.

이는 민족의식이 강한 집단이 약한 집단보다 더 근원주의적 관점에서 민족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과 북한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시각에는 민족의식이 강하거나 약함에 관계없이 정치적 이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가깝게 여기는 정도에서 세 번째가 중국,네 번째가 일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민족의식이 강한 쪽에서 무려 4%나 높게 나타나지만 일본의 경우는 오히려 3% 낮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민족의식이 강한 집단에서 민족을 문화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함을 의미하고,일본에 대해서는 이들 집단이 맹목적인 문화적 우월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민족의식이 약한 집단에서 일본을 가깝다고 여기는 정도가 3% 낮게 나타난 것은 상황주의적 관점을 취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윤환 s.논술 선임연구원 pagara@nonsul.com